톱스타의 무명시절-"비상구가 없다"2년반 지각개봉 이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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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개봉연기로 2년6개월간 창고에서 잠자고 있던 김영빈감독의 『비상구가 없다』가 17일 개봉이 결정되고 시사회가 재개되면서 이 영화에 등장하는 스타들의 무명시절 모습들이 화제를 모으고 있다. 이 영화는 92년 중반기부터 촬영이 시작돼 93년1월 1차편집이 완료됐으나 제작사의 부도로 개봉이 무기한 연기됐던 작품.때문에 촬영당시를 기준으로 할 때 무려 3년정도 과거로 돌아간 배우들의 모습을 개봉관에서 볼수 있게 된 것이다 .
『비상구가 없다』에는 우선 지금은 스타가 된 정선경.신은경의무명시절 앳된 모습이 들어있다.
심혜진의 보다 상큼한 얼굴,그리고 여러 작품에서 보여줬던 지적인 면모와 완전히 다른 거칠고 광기어린 문성근의 인상과 박상민의 개성있고 멋진 연기가 등장한다.
아울러 누드비디오 출연이후 지금은 공식적으로 모습을 나타내지않는 가수 겸 배우 유연실의 야한 모습도 함께 볼 수 있다.
지난해 『너에게 나를 보낸다』로 일약 스타가 됐던 정선경은 『비상구가 없다』에서 오렌지족 친구를 따라다니며 수시로 모욕당하는 이른바 탱자족으로 출연한다.지금은 텔레비전 드라마 『장희빈』과 『개같은 날의 오후』등 2편의 영화에 겹치 기 출연하면서 밀려드는 출연제의에 정신없는 현재의 그녀와 완전히 다른 이미지를 느낄 수 있다.
지금은 관객들에게 야한 이미지의 배우로 자리잡고 있지만 이런그녀의 끼를 아직 발견하지 못했던 시절에 찍었던 영화이니만큼 이 영화속에서는 수더분한 인상으로 나오며 노출신이라고 해야 수영장에 누워있는 모습이 전부다.
MBC드라마 『종합병원』으로 폭발적인 인기를 끌면서 배창호감독의 『젊은 남자』에서 순정파 여자로 출연하기도 했던 신은경도이 영화에서는 단역출연에 그치고 있다.
친구의 애인과 잠자리에 들다 친구에게 발각되지만 『그럴수도 있지 않느냐』고 따지는 막된 오렌지족 역할이다.
여기에서 볼 수있는 신은경은 지금보다 세살이나 어릴 때인 것은 물론 대중적 인기도 누리지 못하고 스케줄도 빡빡하지 않았을시절이니만큼 앳되기까지 한 풋풋한 분위기와 젊은 건강미가 넘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한마디로 옷벗거나 야하지 않은 정선경,전혀 선머슴같지 않은 여자 신은경의 모습을 개봉작에서 접할수 있게된 것이다.
***문성근.박상민 완전 “딴사람” 이와함께 『경마장 가는 길』『베를린 리포트』등과 최근의 『너에게 나를 보낸다』까지 주로 나약한 지식인이나 허무주의적 인물로 주로 그려졌던 문성근이이 작품 속에서 놀라운 변신을 하는 것도 주목거리다.
『비상구가 없다』는 문성근이 자신의 이미지를 바꾸기 위해 혼신의 힘을 다했던 작품.그는 광기가 번득이는 기괴한 웃음을 지으며 압구정동의 비인간적 군상들을 무자비하게 살해하는 거친 살인마역을 소름끼치리만큼 사실적으로 그려내고 있다.
또 록카페 마담겸 모델로 등장한 심혜진의 보다 젊고 상큼한 모습과 록카페 주인역의 유연실의 야한 모습이 대조를 이루면서 이채로운 분위기를 연출하고 있다.『장군의 아들』에서 김두한역으로 데뷔했던 박상민의 숨은 연기력을 뒤늦게 발견하 는 재미도 있다. 蔡仁澤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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