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대에산다>발레리나 문훈숙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3면

발레리나는 30대가 절정기다.세계 정상급 발레리나로 우뚝 선문훈숙(32)씨도 절정기를 맞았다.20대에 익힌 테크닉이 김치가 익듯 예술성을 한껏 높이고 있다.유니버설발레단 창단 이래 수석무용수로서 꾸준히 기량을 닦아온 그는 지난 89년 동양인으로는 최초로 러시아 키로프발레단 객원 프리마돈나로 키로프무대에선 이래 지금까지 여덟번이나 발레 본고장 러시아를 누볐다.
그녀가 14일 또다시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 마린스키극장에서키로프발레단과 함께 『백조의 호수』에 출연한다.물론 이번 공연에서도 주역인 오데트역을 맡았다.러시아인들은 미국인들이 풋볼을좋아하듯 발레를 좋아한다.1천석 규모의 마린스 키극장은 하루 걸러 발레공연이 있는데 항상 매진이다.암표가 성행할 정도로 국민적 인기를 모으고 있다.
文씨는 89년 『지젤』공연 때 이들이 7번이나 커튼콜을 할 정도로 큰 찬사를 받았다.이번 무대에는 유니버설발레단의 남자 수석무용수 이원국씨도 주역인 지그프리트 왕자로 출연,키로프발레역사상 최초로 외국 남녀무용수가 주역을 맡는 기 록을 세우게 됐다. 『발레를 하루라도 쉬면 오히려 몸이 아파요.차라리 땀 흘리며 연습하는편이 났지요.』 지난달 개관한 유니버설발레단 전용센터에서 휴식시간을 이용해 잠시 만났다.오전에는 몸을 풀고 오후에는 작품연습을 한다.1m65㎝,46㎏의 체격이 발레리나 로서는 천부적인 것처럼 보였다.선한 눈매와 차분한 자태가 화려한 무대 위의 발레리나 모습보다 더 친근함을 준다.『10년전과비교하면 우리 발레도 많이 발전했어요.이제는 해외공연에 주력,한국발레 수준을 보여줘야지요.』 그녀는 한해에 너무 많은 유명발레단들이 내한,국내팬들에게 과중한 부담을 주고 이로 인해 국내발레단의 공연이 위축되는 것을 염려했다.10년은 더 무대에 설 각오로 연습,또 연습이지만 쉴 때는 영화감상과 윈도쇼핑도 자주 즐긴다고 한다.
李順男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