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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세기신문화사이버펑크>7.가상현실 上.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48면

시애틀의 워싱턴주립대는 컴퓨터 왕국인 빌 게이츠의 마이크로소프트社의 고향이자 산모로서도 유명한 곳.이 대학의 인간접속기술(HIT:Human Interface Technology)연구소는 가상현실에 관한 획기적인 개발을 계속 내놓고 있다.
지난해 11월14일 이 연구소에 모인 4백여명의 사람들은 연신 폭소를 터뜨렸다.양복차림의 신사 2명이 머리에 이상한 기구를 쓰고 장갑을 낀채 탁자에 앉아 파리라도 잡으려는 듯 연신 손을 휘저어댔기 때문이다.같은 시각에 도쿄의 일본 컴퓨터그래픽모임(NIC OGRAPH)에서도 똑같은 일이 벌어지고 있었다.
태평양을 사이에 둔 이들 4명의 신사들은 가상현실의 공간에서한자리에 모여 있었다.컴퓨터와 광케이블 통신망이 만들어낸 가상공간에 모여 가상의 탁자위를 돌아다니는 가상의 벌레들을 몰아내고 있었던 것이다.
이들은 실제로 시애틀과 도쿄 사이의 8천3백여㎞ 떨어진 곳에있었으나 가상 현실의 공간에선 1~2m로 줄어든 셈이었다.또 3차원 공간에서의 위치를 감지해주는 장갑을 끼고 있는 이들은 탁자위에서 스멀스멀 기어다니는 벌레들을 합심해서 몰아내는 데 성공했다.홍길동의 「축지법」이 눈앞에서 펼쳐지는 순간이었다.
30대 건축설계사 켈리는 오전10시에 뉴욕의 고객과 상담을 갖도록 되어있으나 아직 시애틀의 집에 있다.그는 연구실의 컴퓨터 앞에 앉아 가상현실기구를 착용하고 자신을 주인공으로 하는 가상현실 프로그램을 작동시킨다.
그의 눈앞에는 뉴욕 맨해턴 빌딩 숲속의 회의실이 펼쳐진다.이미 나와 있는 고객 2명과 인사를 나누고 명함까지 건넨다.회의탁자에는 고객이 주문한 뉴욕의 새로운 박물관 3차원 설계 모델이 펼쳐진다.회의장은 다시 박물관으로 변하고 이 들은 박물관 속을 거닐며 이러저러한 설계 변경을 토론한다.
HIT의 연구책임자 톰 퍼니스교수는 『컴퓨터 앞에 앉아있는 「자신」이외에 전혀 다른 장소에 또하나의 「자신」이 존재하도록하는 이 기술은 교육.의료.건축 등 모든 방면에서 인류의 일상생활에 일대변혁을 일으키게 될■것』이라고 역설했 다.
HIT연구소측은 최근 『차량에 컴퓨터와 가상현실기구들을 싣고인근의 중.고교들을 돌아다니며 학생들에게 가상현실을 체험케하고있다』며 『컴퓨터 게임보다 훨씬 흥미를 보이고 있다』고 자랑했다. 이러한 연구는 이곳과 같은 대규모 연구소에서만 벌어지는 것이 아니었다.워싱턴DC 인근의 메릴랜드州 락빌市 고속도로변에자리잡고 있는 자그마한 사설연구소인 「하이테크스 플래네이션」은최근 멀티미디어에서 임상의술을 실현시켜 화제를 일 으키고 있다. 탁자위에 놓인 가상현실기계에 모의 주사기로 주사하면 컴퓨터화면에서는 실제로 사람에게 주사하는 화면이 등장한다.마우스로 화면속의 팔에서 주사할 곳을 클릭하면 핏줄이 드러난다.
대학원을 갓 졸업하고 2개월만에 임상의학 가상현실 프로그램을개발한 벤 구엔(27)은 『가상현실이 임상의학에서 훨씬 위험성도 줄이고 배우기도 쉬워질 것 같다』고 제작 동기를 밝혔다.이연구소는 이러한 임상 실습 프로그램을 지난 3 월 뉴욕주립대등에 공급한 뒤 각 연구소와 병원에서 문의가 쇄도하는 등 뜨거운반응을 일으키고 있다.
캐나다 토론토의 요크대 학생들은 기숙사에서 가상현실로 실현되는 멀티미디어 통신망속에 빠져서 산다.
컴퓨터공학과 대학원생 알렉스 카츠넬슨(29)은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피터 루젠런지교수의 화상 전자우편이 녹화된 것을 틀어본다.루젠런지교수는 다음날로 예정된 논문준비 구술시험 시간이 변경됐고 그 시험도 이 통신망을 통해서 보겠다는 내 용이었다.
정부예산으로 12억원가량의 예산을 들여 실험적으로 5백여명의학생들이 사는 기숙사에 1차적으로 설치한 멀티미디어 프로그램은광섬유로 연결된 개인컴퓨터에 마이크와 카메라를 설치해 3차원의정보를 주고받을 수 있게 한 것이다.
***“복잡하지만 재미있는 삶” 이러한 가상현실 통신 프로그램을 총감독하고 있는 폴 호퍼트는 『가상현실은 매우 복잡한 기술을 필요로 하지만 그것을 직접 체험하는 사람들에게는 오히려 편리하고 재미있는 삶을 살수 있게 해준다』며 『어려서부터 이러한 「또 다른 현실」 을 체험하는 세대는 기성세대와는 완전히 다르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시애틀.락빌.토론토=蔡奎振.權赫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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