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달러 = 1029원, 미국발 악재 … 환율 2년여 만에 최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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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경제위기가 국내 금융시장에 직격탄을 날렸다. 17일 금융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31.9원 급등한 1029.2원으로 단숨에 1000원대에 올라섰다. 2년3개월 만에 최고치이고, 상승폭은 9년7개월 만에 최대다. 원-엔 환율도 100엔당 66.3원 치솟은 1061.6원으로 마쳤다. 3년5개월 만에 최고치다.

환율이 급등하자 한국은행은 외환시장에 경고성 메시지를 보내는 이른바 ‘구두개입’을 했다. 지난해 5월 이후 처음이다. 한은 안병찬 국제국장은 “환율 상승 속도에 우려하고 있으며 외환시장의 상황에 대해 예의 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부는 별다른 언급을 하지 않았다. 삼성경제연구소 장재철 수석연구원은 “환율 상승은 수출에 도움이 되겠지만, 수입물가의 상승을 불러오기 때문에 국제 원자재 가격이 급등하는 지금 상황에선 득보다 실이 많다”고 진단했다.

이날 금융시장의 최대 악재는 미국 5대 투자은행인 베어스턴스의 부도 위기였다. 베어스턴스 위기설이 사실로 확인되자 주요국 증시는 일제히 하락했다. 국내 코스피지수는 25.82포인트(1.61%) 하락한 1574.44로 마감, 두 달 만에 1600선 아래로 떨어졌다.

외국인 투자자들은 두 달 만에 가장 큰 규모인 6800억원어치의 주식을 팔았다. 주식을 팔아 생긴 원화를 달러로 바꾸는 바람에 환율 상승폭이 커졌다.

해외 증시에 투자했다가 손실을 본 투자자들이 펀드 환매에 나선 것도 환율을 끌어올렸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경상수지 적자가 커지고, 환율 상승을 용인하는 듯한 ‘강만수(기획재정부 장관) 효과’ 등이 작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는 16일(현지시간) 중앙은행이 금융회사에 대출할 때 적용하는 이자율인 재할인율을 3.5%에서 3.25%로 0.25%포인트 낮췄다.

김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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