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영훈 9단(1패) ●·이세돌 9단(1승)
흑은 공들여 잡은 백△ 한 점을 살려줄 수 없다. 동시에 A의 양단수가 있어 흑의 선택은 오직 51의 한 수뿐이다. 문제는 이 51의 형태가 빈삼각에다 뭉친 꼴인 아주 나쁜 모양이라는 점이다. 모양이 나쁘면 수가 난다. 나쁜 모양은 밸런스가 무너졌다는 것을 의미하기에 쉽게 공략할 수 있는 대상이 된다. 감각 좋은 이세돌 9단이 왜 이런 형태를 자초했을까. 어디선가 무리함이 있었기 때문이다. 억지로 힘을 쓰면 서서히 형태가 꼬여간다. 수습 능력이 부족할 경우 고속열차를 타고 파탄을 향해 달려가고 만다.
자, 그렇다면 백은 이 나쁜 모양을 어떻게 공략할 것인가.
실전 진행(52~54)=박영훈 9단은 52로 단수한 다음 54로 빠졌다. 해설자로 나선 조훈현 9단은 “52는 손해수로 그냥 54에 빠져도 된다”고 말했는데 정확한 지적이다. 박영훈 9단은 그러나 흑이 코스에서 이탈할 수 있는 기회를 원천 봉쇄하고자 52를 결행했다. 그렇다면 흑은 코스에 걸려든 것일까. 54로 빠졌을 때 흑이 B로 잡을 수 없다면 삽시간에 귀의 주인이 바뀐다.
박치문 전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