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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순자들 국립묘지 참배 "북한 金父子대신 사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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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2면

『이렇게 찾아온 것이 참배객과 이곳에 묻힌 영령들에게 누가 되지나 않을지요.죄스러운 마음을 금할 길 없습니다.』 현충일인6일 오전 서울동작구 국립묘지.귀순자 22명과 그 가족들이 수만명의 참배객에 섞여 현충탑에 헌화했다.한두번씩 남의 눈에 띄지 않게 국립묘지를 찾은 귀순자들도 있었지만 대부분은 첫 발걸음인지라 현충탑에 헌화하고 묵념하는 의 식이 이루어지는 동안 시종일관 숙연함을 잃지 않았다.북송교포로는 처음으로 지난 3월일가족을 이끌고 귀순한 오수룡(吳壽龍.61)씨는 연신 『양심에가책을 느낀다』며 고개를 떨궜다.
이러한 심정은 83년 「미그기」를 타고 귀순한 이웅평(李雄平.41.공군대학교관)중령이나 91년 콩고주재 북한대사관 1등서기관으로 근무하다 귀순한 고영환(高英煥.42.북한문제연구소연구원)씨등 어느정도 남한체제에 적응한 사람들도 마찬 가지였다.
李씨는 『호전적인 김일성(金日成) 집단이 일으킨 동족상잔의 6.25전쟁에서 희생된 영령들에게 김일성 부자를 대신해 속죄하기 위해 참배를 하게 됐다』고 소감을 말했다.
高씨는 『북한에서는 애국열사릉,대성산 혁명열사릉이 있지만 병사들의 묘는 아예 없다』고 말했다.지난해 9월 귀순한 여만철씨의 딸 여금주(呂錦朱.21.중앙대유아교육1)씨는『북에서 이곳에묻힌 영령들을 폄하하던 교육을 받은 사실이 지금 몹시 마음에 걸린다』며 얼굴을 붉혔다.
가수이자 작가활동을 하는 김용(金勇.37)씨는 북에 두고온 가족들이 자꾸만 떠오르는듯 『부모님의 손에 매달려 이곳을 찾은아이들이 얼마나 자유스러워 보이는지 모르겠다』며 참배객 일행에눈길을 떼지 못했다.
〈康弘俊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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