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단서심층진단>4.끝 문제점과 대책-전문가 진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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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지난달 20일 서울서대문구 L병원.몇주전 경미한 교통사고를 당해 이 병원에서 치료받은 李모(41.상업)씨가 찾아와 다짜고짜 K의사의 멱살을 잡았다.
『당신 돌팔이 의사지.T병원에서는 2주 진단을 떼줬는데 진단서를 왜 발급 안해줘.합의금을 받지 못했으니 병원 간판 내릴 각오해.』 이 병원 S모원장은『진단서 수입은 경영난에 시달리는병원 입장에서는 무시할 수 없는 부분』이라고 말했다.그러나『수입을 생각해 환자가 원하는 대로 진단서를 발급해주면 그 뿐이지만 의사의 양심적인 의학 소견이 무참히 짓밟히는 풍토가 가장 큰 문제』라고 말했다.
서울대 의대 주근원(朱槿源)명예교수도『진단서의 악용및 이에 따른 피해의 근원적 책임은 의사들에게 있다』며 『의사들의 윤리의식 제고에서 문제를 풀어나갈 수밖에 없다』고 잘라 말했다.
이와는 달리 서울대 의대 법의학교실 이윤성(李允聖)교수는 진단서 운용상의 문제점을 지적한다.
李교수는『진단서가 신뢰받지 못하는 근본적인 이유는 진단서에 기재된 치료일수로 상해의 경중이나 법률적 제재의 경중을 가리는데서 비롯된다』고 말했다.일방적으로 얻어맞아 전신타박상(전치 4주 진단)을 받은 사람이 싸움 과정에서 살짝 넘어져 손가락이부러진 사람(6주 진단)보다 더 강한 법률적 제재를 받을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李교수는『미국이나 일본에도 없는 상해 진단서를 당장 폐지하기어렵다해도 병명에 따른 정확한 치료기간을 정한 지침서가 마련돼야 진단서를 둘러싼 잡음이 어느 정도 해소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보건복지부 의료관리과 변철식(邊哲植)과장은 『허위진단서 작성등 비윤리적 행위 여부 판단은 행정공무원이 의료기술적으로 따질수 없다』며『따라서 美國처럼 의사협회(AMA)가 자율관리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대한의사협회는 지난 4월초부터 정형외과학회등 8개학회가 참여하는 소위원회를 구성,하반기에 진단서 작성지침을 마련키로 했다.
의료전문가들은 진단서발급의 문제점을 풀기위해▲「의사재량권」을벗어난 행위에 대한 판단기준이 될 기준.지침의 제정▲진단서의 공정성 확보를 위한 「복수진단」개념의 제도화를 꼽았다.
이형상(李炯常)변호사도『진단서 기재내용을 구체화해야 하며 경찰에서 진단서를 상해의 직접증거로 채택할 경우 2개 이상의 병원에서 발급하도록 해 객관성을 높여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진단서는 인신구속과도 관계되므로 병.의원간 진단기간에 차이가 심하게 날 경우 국립경찰병원등에서 최종판단을 내리도록 하는등 대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또 허위 진단서 발급과 관련,이를 제재할 법률적 보완이 시급하다는 지적도 있 다.
현행 형법에는 허위진단서등 작성죄가 있으나 허위여부의 판단이어렵고 형사소송법에 해당 의사를 규제할 규정이 없어 허위진단서를 발급했더라도 과태료부과 밖에 다른 제재가 불가능한 실정이다. 〈특별취재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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