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orld in SEOUL] 청계광장서 펼쳐진‘성 패트릭’초록 잔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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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일랜드의 최대 축제일인 ‘성 패트릭 데이’(3월 17일)를 이틀 앞두고 주한 아일랜드계 외국인들이 15일 서울 청계천에서 축제를 열었다. 참가자들은 아일랜드를 상징하는 초록빛의 옷을 입고 나왔다. 이날 행사에는 내·외국인 1만 명이 모여 댄스 파티를 열고 거리행진도 벌였다. [사진=김성룡 기자]

서울은 이제 다문화 도시다. 유모차를 끌고서 한강 둔치를 산책하고, 남산순환로에서 조깅을 즐기는 외국인은 자연스러운 서울의 풍경이 됐다. 현재 서울에는 외국인이 17만 명이나 산다. 이들은 다양한 커뮤니티(공동체)를 구성하면서 서울시민의 삶과 상호작용하고 있다. 어느덧 우리들의 자연스러운 이웃이 된 이들 외국인 커뮤니티의 ‘서울살이’를 시리즈로 소개한다.

토요일인 15일 낮 서울 청계천변 청계광장. 화사한 봄 햇살 속에서 초록색 셔츠와 모자를 착용한 외국인들이 속속 광장으로 모여들었다. 얼굴에 초록색 물감을 칠한 이들도 더러 있었다. 주한 아일랜드인 모임인 한국아일랜드협회(IAK·Irish Association of Korea)가 연 ‘성 패트릭 데이’(Saint Patrick’s Day·원래는 3월 17일) 기념 행사. 이들이 청계광장을 뒤덮자 청계천변은 외국 도시의 거리를 방불케 했다.

성 패트릭은 5세기 아일랜드에 기독교를 전파한 성인. 그가 초록색 세 잎 클로버로 ‘3위1체’의 기독교 교리를 설명한 까닭에 초록은 성 패트릭을 상징하는 빛깔이 됐다. 이후 초록은 아일랜드를 상징하는 색으로 자리매김했다.

한국에서 성 패트릭 축제는 2001년 처음 열렸다. 아일랜드가 1990년대 후반부터 전 세계적으로 이 축제를 홍보한 이후다. 아일랜드계가 많이 살고 있는 미국의 뉴욕·시카고 등에선 이 축제가 도시 전체를 떠들썩하게 만드는 명물 행사가 됐다. 한국에서는 지난해까지 대학로 등지에서 열리다 올해 청계천에서 처음 열렸다.

참가자들은 오후 2시 청계광장을 출발, 청계천변을 따라 장충교까지 1시간가량 퍼레이드를 펼쳤다. 서울경찰악대·미군군악대·염광여고 고적대 등이 동참해 분위기를 달궜다.

한국아일랜드협회 회장인 키스 모리슨(29)은 “성 패트릭 축제가 청계천에서 열렸다는 것은 서울이 지난 몇 년 사이 얼마나 국제적인 도시로 발전했는지를 잘 보여 준다”고 말했다. 그는 “이 행사가 더블린(아일랜드 수도)이나 뉴욕에서처럼 큰 페스티벌이 될 수 있는 가능성을 확인했다”고 흐뭇해했다. 이날 축제 참가자는 지난해 6000명을 크게 뛰어넘어 1만 명에 육박했다. 아일랜드계뿐 아니라 주한 외국인·내국인이 포함된 숫자다.

초록으로 ‘드레스 코드’를 맞춘 참가자 중에는 내국인도 상당수 섞여 있었다. 고려대 경영학석사(MBA) 과정의 학생 스무 명가량도 학교 플래카드를 걸고 퍼레이드에 합류했다. 아일랜드 출신 동료 학생의 소개로 나왔다는 김대호(34)씨는 “떠들썩한 축제 분위기가 한국 사람들도 좋아할 만하다”며 “이런 축제가 계속 커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축제 내내 청계광장에서는 아일랜드 맥주인 ‘기네스’와 아일랜드 음식이 무료로 제공됐다. 아일랜드풍의 음악을 선보이는 국내 그룹싱어 ‘바드’는 바이올린·기타·아코디언 등으로 아일랜드 전통 음악을 연주하며 흥을 돋웠다. 이들의 연주 속에 아일랜드인들은 ‘리버댄스’라는 전통 춤을 선보였다. 상체를 고정시키고, 하체만 이용해 현란한 발동작을 보여 주는 군무의 일종이다.

성 패트릭 데이 당일인 17일 주한 아일랜드 대사관은 서울 하얏트 호텔에서 각국 사업가·대사·공무원 등을 초청해 만찬을 마련한다. 민간 차원에서는 17일 오후 9시 서울 이태원의 아이리시 펍 ‘울프하운드’에서 축하 파티가 열린다.

글=성시윤·문광립 기자 , 사진=김성룡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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