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총선 집권 보수파 압승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17면

14일(현지시간) 치러진 이란 총선에서 집권 보수파가 압승을 거뒀다.

모스타파 푸르모하마디 이란 내무장관은 15일 중간개표 결과 전체 290석 중 당선이 확정된 190석에서 보수파가 71%를 확보했다고 발표했다. 투표율은 2004년 총선 때 50.6%보다 15%포인트나 높은 65%로 잠정 집계됐다.

보수파는 1979년 팔레비 왕조를 무너뜨리고 이슬람 원리주의에 입각한 이란이슬람공화국을 탄생시킨 혁명지도자 호메이니의 사상을 추종하고 있다. 보수파 진영은 서방에 강경한 마무드 아마디네자드 대통령을 지지하는 강경보수파와 이를 반대하는 온건보수파로 나누어진다. 중간 집계에선 강경보수파가 67석, 온건보수파가 46석을 각각 얻었다.

개혁파는 30석, 기타 무소속 후보가 42석으로 집계됐다. 모하마드 하타미 전 대통령을 앞세운 개혁파는 이슬람 혁명 정신을 거부하지는 않지만 일정한 수준의 자유화와 정치·사회적 변혁을 내세운다. 외교에선 서방과의 해빙을 촉구하면서 아마디네자드 대통령이 취하고 있는 반서방 정책이 이란의 국제적 고립과 군사적 갈등을 야기하고 있다고 비판하고 있다.

개혁파의 압둘라 나세리 대변인은 중간개표 결과에 대해 “무소속 당선자 가운데 상당수가 개혁파 인사들”이라며 “이들을 포함해 개혁파가 적어도 40석을 확보한 것으로 집계됐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란 정부가 후보 자격심사 과정에서 개혁파 신청자들을 의도적으로 무더기 탈락시킨 점을 고려하면 개혁파가 이 정도로 선전한 것은 사실상 승리라고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란에선 종교지도자와 법률가들로 구성된 혁명수호위원회가 총선 후보들이 이슬람 가치를 충실히 따르는지 사전 심사한다. 이번엔 출마희망자 7297명 중 3분의 1이 탈락했는데, 이 중 1700여 명이 개혁파였다.

숀 매코맥 미 국무부 대변인은 15일 이란 총선에 대해 “선거가 자유롭게 진행되지 못했기 때문에 선거 결과는 결국 조작된 것”이라고 주장했다. 영국 BBC는 15일 “내년 대선을 앞두고 치러진 총선이 새로운 정치 지형을 만들 것”이라고 보도했다. 정치평론가들은 “이번 선거의 진짜 승자는 강경보수파인 혁명수비대 출신 후보들”이라며 “새 의회에서 이슬람 성직자 대신 최대 계파가 될 것”으로 예상했다. 또한 “총선 결과로 보수파가 자신감을 얻는다면 이란 핵 프로그램에 대한 국제적 타협의 가능성은 작아지고, 독단적 대외정책을 펼칠 가능성이 커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원낙연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