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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제작기행>"제3의 문화" 존 브로크맨著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3면

미국.유럽등 최근 서구 문화계의 두드러진 현상은 자연과학에 대한 호기심이 날로 높아가고 있다는 점이다.인간이란 존재는 어떻게 비롯되었으며 이 우주에서 차지하는 위치는 어떤가,이 우주는 어떤 비밀을 안고 있는가라는 의문에 도전하는 책들이 크게 인기를 얻고 있는 것도 그런 호기심을 반영하는 것이다.
이렇게 되자 과거에는 책을 내면서도 선인세(先印稅)는 언급조차 못했던 자연과학자들이 선인세로 수백만달러를 챙기는 「스타작가」로 떠오르기도 한다.
한 예로 「컴플렉시티」이론의 권위자인 이론물리학자 머리 겔만같은 인물은 『쿼크와 재규어』(The Quark and theJaguar)란 책을 집필하면서 2백만달러의 선인세를 받기로 계약했다.
대중 곁으로 바싹 다가온 자연과학을 문화계에서는 예술과 인문과학에 이은 제3의 문화로 부르는데 앞으로는 이 자연과학이 예술이나 인문분야보다 우위를 차지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런 가운데 생물학.유전학.인공지능학.심리학.물리학.진화론.
우주천문학.정보기술등 자연과학 전반의 연구 현실을 소개한 책이미국에서 발표돼 관심을 끌고 있다.전세계의 내로라하는 과학자들수십명을 거느린 에이전트이자 프리랜서인 존 브 로크맨이 쓴 『제 3의 문화』(The Third Culture.사이먼 & 샤스터社 刊)가 화제의 책.
브로크맨은 자연과학 분야 과학자 23명을 3년에 걸쳐 인터뷰,이들이 현재 심혈을 기울이고 있는 연구테마와 접근방식,새로운이론과 아울러 이들의 이론이 어떤 점에서 상충되는지까지를 상세하게 설명하고 있다.
이 책에 소개된 과학자들을 보면 인공지능분야의 마빈 민스키.
데니얼 데니트.니컬러스 험프리,우주분야의 마틴 리스.앨런 거스.폴 데이비스.리 스몰린,생물학의 리처드 도킨스.스티븐 제이 굴드등 쟁쟁한 인물들이다.
이 책의 저자는 『과학자들이 일반대중과 직접 대화하고 전통적의미에서의 문사들이 옆으로 밀려나는 시대가 열렸다.앞으로 지식계층의 핵심은 자연과학자같이 경험세계에 바탕을 둔 지식인들이 차지할 것이 틀림없다.이들의 임무는 실제 경험을 통해 삶의 심오한 의미를 독자들에게 전달하는 것』이라고 밝힌다.
현재 생물학계를 주도하는 리처드 도킨스는 각 개인의 유기적 조직체(Organism)가 유전자의 생존장치라는 주장을 펼친다.도킨스는 『눈먼 시계공』이란 책으로 우리에게도 낯익은 인물이다.스티븐 제이 굴드도 다윈의 자연도태이론에 회의 를 표시하면서 새로운 학설을 준비중에 있다.린 마굴리스는 『진화연구는 세포나 미생물연구에서 시작돼야 한다』는 주장을 펼친다.
우주학자인 마틴 리스는 우주가 여럿 존재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조심스럽게 개진하고 있다.그는 또 우주의 90%를 차지하는것으로 추정되기만 하고 아직 존재가 확인되지 않은 「다크 매터」(dark matter.인력이 원인이 돼 생기 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의 비밀을 캐는데 전력투구하고 있다.
의식분야 연구를 보면 철학자 데니얼 데니트는 의식을 추상적인사고센터인 「가상기계」(virtual machine)로 보는 반면,생물학자인 프랜시스코 바렐라는 신경학과 불교철학까지 동원해 『의식은 환경과의 상호작용으로 끊임없이 변화 하는 「자아」(self)』라고 정의한다.
저자 브로크맨은 끝으로 문학.인문학 종사자들이 자연과학자들이나 엔지니어들을 얕보던 시절은 끝났다고 단정한다.실제로 베스트셀러작가인 스티븐 호킹스.스티븐 제이 굴드같은 자연과학자들이 독자들의 호기심을 자극함에 따라 이제 인류.우주분 야는 물론이고 인공지능이나 콤플렉스티이론같은 다소 전위적이었던 학설까지 일반인의 관심권으로 들어오게 됐다.
鄭命鎭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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