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사랑하는공간>방송작가 金在和씨-詩가있는 거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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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9면

두께가 반 뼘은 넘어 보이는 떡판을 구해다 만든 탁자,광목에유안진 시인의 수필『지란지교를 꿈꾸며』의 한 구절을 세련되지 못한 필체로 직접 써 넣은 커튼,탈.퉁소 등 벽에 걸린 각종 액세서리,빌딩 외벽에 붙이는 자줏빛 대리석을 상 판으로 얹은 식탁,방송대본과 각종 책으로 사방이 둘러쳐진 서재,갖가지 공구로 빽빽한 금속공예 작업실….
베란다 건너 편으로 내려다보이는 한강 하류의 탁 트인 풍광과강 위로 점묘화처럼 나타났다가 사라지는 물새떼와 어우러져 도시의 삶을 잠시나마 잊게 하는 서울가양동 동신아파트 김재화(金在和.42.방송작가)씨의 48평형 집 내부 모습이 다.
어느 것 하나 애정이 담기지 않은 부분이 없지만 그래도 그가가장 애착을 지닌 공간은 들어서는 순간 사람을 푸근히 감싸는 듯한 느낌을 물씬 풍기는 7평 남짓한 거실.
그의 거실에 있는 탄노이 스피커.뮤지컬 피델리티 심포니아 앰프.켄우드 CD 플레이어로 이뤄진 오디오 시스템과 대형 스크린등 첨단 기기도 다듬이돌 위에 놓인 누렁 호박이나 벽에 걸린 작은 지게,막대기를 아무렇게나 얽어 만든 액자, 고풍스런 전화기 등 시계를 거꾸로 돌려놓은 것 같은 분위기에 눌려 버린다.
한쪽 벽 모서리에 있는 지름 10㎝.높이 1백50㎝ 가량의 원목 기둥 3개로 만든 장식대와 그 속에 담긴 돌 하루방과 호롱도 고향집 분위기를 연출하는데 단단히 한몫을 한다.
그런 중에서도 거실 가운데는 비워놓았기 때문에 전반적인 인테리어는 상당히 절제됐음을 느낄 수 있다.
『집에서 보내는 시간이 일반 직장인보다 많은 편입니다.시간 날 때마다 이것 저것 만들고 사모으기도 했는데,원래 촌놈(전남구례)이어서 그런지 이렇게 돼 버렸습니다.』 번지르르하고 매끈한 것보다 투박하고 흙내음이 나는 걸 좋아하는 타고난 성격의 발로인 셈이다.
『서재에서 원고를 쓰거나 책을 보다가 지치면 거실에 나와봅니다.바깥을 내다보지 않아도 마음이 착 가라앉는 게 그렇게 편할수가 없어요.초가 안에 있는 것 같기도 하고요.』 그는 이 거실에서 국민학교 3학년인 딸과 5살 난 아들과 같이 좋아하는 차이코프스키 음악을 들으며 오손도손 얘기꽃도 피운다.
金明煥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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