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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호사와 함께 보는 판결] 중국 인터넷엔 없는 홍콩 배우 음란사진

중앙선데이

입력

중앙SUNDAY

지난 한 달 동안 홍콩 배우 에디슨 천(중국명 陳冠希)이 미녀 스타들과 함께 찍은 음란한 사진이 인터넷에 떠돌아 세상을 떠들썩하게 했다. 1월 말 홍콩에서 시작된 이번 사건의 등장인물이 홍콩 톱스타들이어서 홍콩뿐만 아니라 아시아 각국에서 큰 파장을 불러일으켰다. ‘옌자오먼(艶照門·음란 사진 게이트)’이라는 신조어까지 만들어질 정도였다.

네티즌은 인터넷에 떠도는 1000여 장의 음란 사진을 내려받아 개인 블로그나 각종 포털 사이트의 공공 게시판에 올려놓았다. 모르는 사람에게도 메일이나 MSN으로 마구 사진을 보냈다.

일부 네티즌은 시간이 한참 지났는데도 잠잠해지지 않은 것은 홍콩 경찰 당국이 중심을 잡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질타했다. 문제의 사진들은 에디슨 천이 자신의 컴퓨터를 수리하기 위해 맡기는 과정에서 유출됐다. 경찰은 사진 유출 용의자 9명을 체포했다가 이 중 한 명을 며칠 뒤 석방했다. 음란물 감정을 담당하는 정부 부서에서 “사진이 저속하긴 하지만 음란물은 아니다”라는 감정 결론을 내놓았기 때문이다.

홍콩 경찰의 한 고위 인사는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e-메일을 통해 음란 사진을 나누거나 개인의 컴퓨터에서 사진을 저장하는 것은 모두 위법한 행위에 해당될 소지가 있다”고 경고했다. 그러나 이틀 후 다른 고위 인사가 “열람 또는 친구 간에 음란 사진을 유포하는 것은 유포로 보지 않는다”고 정정했다.

이렇게 오락가락하는 사이 상황은 혼란스러워졌다. 어느 나라 법에도 ‘친구’에 대한 정확한 정의가 없기 때문에 일면식이 없는 사람도 친구·인척이라며 공공연하게 사진을 주고받으면서 사진이 계속 퍼져 나갔다. 홍콩 경찰당국이 ‘옌자오먼’ 사건을 처리하면서 우왕좌왕한 주요 원인은 홍콩의 법령이 영국 법을 답습해 ‘저속’ ‘음란’에 관한 명확한 정의가 없고, 인터넷 등 새로운 매체에 대한 심사제도가 없기 때문이다.

이들 음란 사진이 중국 대륙에 상륙하면서 중국의 인터넷 관리체제가 시험대에 올랐다. 그러나 바이두(百度) 등 포털사이트에서 얼굴이 잠깐 뜨다가 바로 삭제되고, CD 등 하드카피 형식으로 어두운 구석에서 떠돌고 있을 뿐 온라인상에서는 찾기 힘들어졌다.

음란 사진이 떠돌지 못하도록 강력하게 제재하는 중국식 통제 방법은 무엇인가? 첫째, 중국 형법은 구체적으로 성행위를 묘사하는 사진 등을 모두 음란물품으로 간주한다. 다만 인체 생리, 의학 지식과 관련된 과학 저작물이나 성적인 내용이라도 예술적 가치가 있는 저작물은 제외된다.

둘째, 어떤 방식으로 유포하더라도 제재의 대상이 된다. 영리 목적이든 비영리 목적이든, 친구에게 보내든 낯선 사람에 보내든 모두 불법행위로 간주한다. 여기에다 중국에서는 유포된 사진의 분량 또는 클릭 횟수에 따라 처벌 강도를 정한다. 구체적으로, 영리 목적으로 인터넷을 이용하여 200장 이상의 음란 사진을 유포하거나, 사진의 실제 클릭 횟수가 1만 회를 초과할 경우, 혹은 100장 이상의 사진을 유포하고 실제 클릭 횟수가 5000회를 초과할 경우 최대 징역 3년형에 처할 수 있다. 이런 기준의 5배를 초과할 경우 최대 징역 10년형에 처할 수 있으며 25배를 초과하면 징역 10년 이상의 형, 심지어 무기징역에 처할 수 있다.

비영리 목적으로 인터넷을 이용해 400장 이상의 음란 사진을 유포하거나, 사진의 실제 클릭 횟수가 2만 회를 초과할 경우, 혹은 200장 이상의 사진을 유포하고 실제 클릭 횟수가 1만 회를 초과할 경우 최대 징역 2년형에 처할 수 있다. 이 기준에 미달하는 유포 행위도 10일 이상 15일 미만의 구속과 함께 3000위안(약 36만원) 미만의 벌금에 처해질 수 있다.

음란 사진의 주인공이 18세 미만 미성년자일 경우에는 가중처벌을 받게 된다.

셋째, 자신이 소유·관리, 또는 사용하는 홈페이지에서 음란 사진의 링크를 제공해도 불법 행위에 해당된다. 지린(吉林)성 경찰 당국은 단순히 음란 사진을 열람만 하여도 범죄로 간주될 가능성이 있다고 경고했다.

로마에 가면 로마법을 따라야 하듯이 외국인이 이 같은 규정을 이해한 뒤 중국에서 인터넷을 사용해야 억울한 피해를 보지 않을 것이다.

정톈수 중국 변호사 법무법인 세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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