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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단서심층진단>3.피해사례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3면

경북포항시 白모(46.여)씨는 지난해 11월5일 오후 8시쯤이웃집 아주머니와 심한 말다툼을 벌였다.2주일정도 지나 폭력혐의로 경찰에 고소됐다는 소식을 듣고 경악했다.
白씨는 고소장에 첨부된 2주짜리 상해 진단서를 발견했다.B신경외과에서 발급된 것으로 병명은「경부염좌.좌상.….」 『말다툼은 했지만 손찌검 한번도 하지 않았어요.현장을 목격한 사람들도있는데 도대체 어떻게 병원에서 진단서를 떼주었는지 알 수가 없습니다.』白씨는 진단서 없이 이웃사람들의 증언을 토대로 검찰에맞고소했다.약식재판 결과 30만원의 벌금형 을 받았다.현재 도저히 재판결과에 승복할 수 없어 정식재판을 청구한 상태다.
서울송파구 崔모(37.상업)씨는 지난 4월18일 주차문제로 이웃가게 주인 申모씨와 주먹다짐을 했다.崔씨는 앞니 일부가 깨지는 부상을 입었고 申씨는 다치지 않았다.
사건을 접수한 S경찰서 담당형사는 신병처리가 급하니 빨리 진단서를 떼오라며「경찰서 전용 진단서 발급 치과」를 소개했다.
崔씨를 진단한 치과의사 K모씨는「이빨 치료값을 빼고 2백80만원을 주면 원하는 대로 유리하게 진단서를 떼주겠다.은행 온라인으로 입금하라」는 제의를 했다.
사건을 빨리 마무리하려는 마음에서 진단서 발급비용의 과다를 따지지 않고 崔씨는 돈을 입금하고 4주진단서를 발급받아 경찰서에 제출했다.申모씨와는 합의금 3백50만원을 받기로 약속했다.
그러나 申씨는 합의금 지불을 미루고 담당형사도 치과를 소개해줄 때와는 달리 사건처리에 적극적이지 않았다.며칠뒤 崔씨는 申씨가 2주상해 진단서를 경찰서에 제출한 사실을 알았다.그 결과일반적인 폭행사건이 쌍방 폭행사건으로 둔갑해 崔 씨는 합의금은커녕 벌금 50만원만 물었다.
이처럼 일부 병.의원에서 마구잡이로 끊어주는 진단서에 따라 가해자가 피해자로 바뀌는등 경찰의 사건처리가 춤을 춘다.멀쩡한사람을 전과자로 만들기도 한다.
각 병원에서 진단할 때마다 달라지는 치료기간 때문에 낭패를 보는 일도 비일비재하다.
지난달 25일 오후3시쯤 서울강남구개포1동 K마을 비포장길 진입로 입구에서 N모(34.여).H모(44)씨등을 승용차로 들이받은 李모(36.여.경기도성남시분당동)씨.
李씨는 피해자인 N씨등을 영동S병원에 데려가 진단서를 끊었다.병원측으로부터「찰과상」으로 N씨는 전치 10일,H씨는 전치 1주일의 진단서를 받았다.그러나 N씨는 다른 병원에서 재진단받기를 원했다.N씨가 찾아간 T병원에서는 다른 진단 이 나왔다.
「뇌진탕」증세가 추가되면서 H씨는 전치 3주,N씨는 전치 2주등으로 진단서상의 치료기간이「고무줄 늘어나듯」늘어났다.결국 李씨는 합의금으로 이들에게 2백만원을 건네줬다.
李씨는『T병원이 진단서를「세게」떼주는 것으로 유명하다는 얘기는 들었으나 응급환자도 아닌데 진단서가 1시간 간격으로 이렇게차이날 수 있느냐』며『잘못 걸리면 온갖 책임을 몽땅 뒤집어쓰게만들 수 있는게 바로 진단서』라고 말했다.「경 찰서 전용 진단서 발급 병.의원」들이 사건 관련자들의 다급한 심정을 미끼로 터무니없이 폭리를 취하는「악어와 악어새」의 공생관계도 큰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특별취재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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