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비례대표 ‘강부자’ 후보로 채울까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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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3호 14면

당을 깰 듯 위태롭게 진행돼온 한나라당의 지역구 공천이 마무리 수순에 접어들었다. 이규택·한선교 의원이 배제되면서 본격화한 박근혜 전 대표 쪽의 반발은 김무성 의원의 탈락으로 최고조에 이르렀으나 분당으로 이어지진 않았다. 박희태·권철현 의원 같은 이명박 대통령 쪽 중진들도 함께 정리되는 바람에 이 대통령 진영에서도 할 말은 많았다.

마지막 고비인 주초의 서울 강남권 교통정리가 이뤄지면 지역구 공천은 얼추 끝난다. 그때부턴 비례대표 후보를 뽑는 작업이다. 지난주 접수한 비례대표 신청에 몰린 지원자가 597명. 한나라당이 약진해 총 54석 중 30석을 확보한다 해도 20대1의 경쟁률이다. ‘친이명박’이니 ‘친박근혜’니 하며 기 싸움을 할 게 뻔하다. 탈락한 사람과 거기에 충원된 후보의 성향을 일일이 따져 봐야 계파별 손익이 나오는 지역구 공천과 달리 비례대표는 공천자 명단이 발표되는 순간 누구 사람이 많은지가 바로 드러난다. 문제는 시간이 없다는 것. 선거관리위원회의 총선 후보자 등록 신청 기간(25∼26일) 직전에야 결과가 나올 테니 선거가 2주밖에 안 남은 상황에서 불만이 있어도 선택할 대안이 별로 없다.

그래서 비례대표 공천은 청와대의 의중이 반영될 것이라는 얘기가 당 주변에서 퍼지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은 한나라당 경선 과정에서 비례대표 의원들의 도움을 많이 받았다. 박 전 대표에 비해 당내 기반이 약했던 그를 일찌감치 공개 지지한 사람들이 진수희·이군현 의원 같은 비례대표들이었다. 대통령이 된 뒤에도 총선에 나서려 꽁무니를 빼는 지역구 의원들과 달리 기꺼이 배지를 떼고 청와대에 들어간 사람들이 박재완 정무수석과 이주호 교육과학문화수석 같은 비례대표들이다. 그러니 비례대표 후보 명단에 눈길이 가는 것이 자연스러운 일일지 모른다. 청와대 인선을 ‘강부자(강남 땅부자)’ 내각이라고 꼬집었던 사람들은 그래서 비례대표의 면면도 불을 켜고 살필 태세다.

▶지난주

10~11일 한나라 비례대표 후보자 신청
12일 민주당 손학규 대표, 정동영 전 통일부 장관 각각 서울 종로, 동작을에 출마 선언
13일 한나라당 영남 공천명단 발표=박희태·김무성 등 현역 중진의원 대거 탈락, 현역 교체율 43.5%
14일 한나라당 비례대표 공천 신청자 명단 발표=이경숙 인수위원장 등 597명
14일 ‘친박근혜’인 한나라당 김무성 의원 탈당 선언

▶이번 주

17일 최시중 방송통신위원장 후보 인사청문회
17~18일 민주당 비례대표 후보자 신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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