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교육이렇게달라진다>3.中高校 학생선발제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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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강남의 한 종교재단의 고등학교로 배정됐다가 그 학교의 종교적 분위기에 적응을 못해 결국 학교를 옮겼어요.』 본인의 희망과는 무관한 고교에 배정됐다가 반년후 집을 옮기는 불편을 감수해 가면서 다른 지역 여고로 전학한 趙모(16)양의 실제 경우다. 평준화제도 아래서는 이처럼 학습자가 원하는 교육을 받지 못하는 것 말고도 학교가 교육의 질 향상을 위해 경쟁하기 보다는 현실에 안주하기 쉽고,사학은 건학이념에 따라 특성 있는 운영을 하지 못하는등 문제점이 적지 않았다.
그러나 내년 이후부터는 사정이 달라진다.평준화 지역에서도 중학교와 고등학교를 골라갈 수 있게 되고 자립능력이 있는 사립고에 학생선발권을 주는등 평준화가 부분적으로 해제되기 때문이다.
◇중학 입학=학군내에서 희망하는 학교를 복수로 먼저 지원하고추첨을 통해 배정토록 한 것은 무엇보다도 27년만에 학부모.학생에게 학교 선택권을 돌려줬다는 점에서 의미를 찾을 수 있다.
물론 중학교의 경우 당장 크게 달라질 것은 없다.현재 중학교는 여건이 엇비슷해 당분간은 한 학교에 지원자가 몰리기 보다는주거지 인근학교에 지원할 것으로 보여 가고 싶은 학교에 못가는사태는 크게 우려되지 않는다.
그러나 학생이 학교를 선택할 수 있는 제도아래에서는 학교간 경쟁으로 교육의 질 차이가 날 것이므로 장기적으로 명문 중학교의 등장이 기대되며 그렇게 될 경우 사정은 달라질 것이다.
◇일반계 고교=학군내에서 先지원한뒤 추첨으로 배정하는 것은 현행 평준화제도의 골격을 유지하면서 부분적으로나마 학교선택권을보장하기 위한 과도기적 처방으로 풀이된다.
이는 평준화 해제를 통해 학교선택권을 완전하게 보장할 경우 과열 고입경쟁과 과중한 학습 및 사교육비 부담이 예상되는 만큼부작용을 최소화하는 방향에서 대학의 다양화 진척 상황에 맞춰 단계적으로 학교선택권 보장을 확대하겠다는 의도가 깔려 있다.
현재 학군내 복수지원 학교의 지망범위와 학군 조정 문제는 각시.도 교육감에게 결정권이 넘어가 있다.서울의 경우 컴퓨터 처리상 어려움이 없기 때문에 학군내 모든 학교를 전부 지원할 수있도록 무제한 허용할 것으로 보이지만 학군을 광역화하는 문제는심도있는 검토를 필요로 하고 있다.
서울의 경우 현행 9개 학군의 골격이 유지되든가,아니면 광역화되든간에 현재 8학군에 한해 실시하는 거주기간적용제가 유지.
확대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새로운 고입선발제도아래에서는 어찌됐든 희망학교를 선택할 수 있어 특정명문고를 겨냥해 이주하는 경우가 적지않을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일반계 고교에 지원할 수 있는 자격을 어떻게 제한하느냐 하는문제도 숙제로 남는다.서울의 경우 97학년도까지는 현행 연합고사를 통해 지원자를 걸러 내지만 98학년도부터 종합생활기록부 또는 전국규모의 표준학력시험 문제등을 이용해야삐 하는데 각각 일률적인 순위 산출의 어려움,시험주체와 공신력 부재 등의 문제가 있기 때문에 미리부터 대비책이 있어야 한다.
비평준화 지역은 현행처럼 학교별로 신입생을 선발하되 필답고사를 치를지,종합생활기록부를 전형자료로 쓸지는 해당 지역 교육감이 결정하게 되나 현재의 추세로 보아서는 97학년도 이후부터는필답고사가 폐지될 전망이다.
***경쟁률 치열할듯 ◇자립형 사립고=98학년도부터는 자립형사립고에 학생선발권과 등록금책정권을 부여하는 것은 평준화의 부분 해제를 의미한다.
교육감이 학교시설.재단전입금.수익용 재산등을 기준으로 선정할예정이며 대도시 대부분에서 허용될 것으로 보인다.
자립형 사립고는 생활기록부와 면접 또는 실기시험을 기준으로 우선 정원의 1.5배수를 뽑은뒤 추첨을 통해 최종선발하도록 돼있어 실력만으로 선발할 때 예상되는 과열경쟁을 어느 정도 예방하는 장치를 마련해놓긴 했다.그러나 교육개혁위원회 의 여론조사결과 61.5%의 학부모가 자립형 사립고에 자녀를 보내겠다고 응답한 것으로 미루어 경쟁률이 치열할 것으로 예상된다.
◇특수목적고=외국어고.과학고.예술고등 특수목적학교의 필답고사를 현재 중2년생이 고교에 진학하는 97학년도부터 금지하는 것은 과열과외와 과중한 학습 부담을 해소하겠다는 의지로 해석된다.종합생활기록부로만 전형하되 특정과목에 가중치를 부여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특수목적고의 특성을 살릴 수 있게 한 점도 평가할만 하다.
〈金南中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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