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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환21>12.그린 르네상스 이렇게 열자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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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3면

환경오염과 생태계 파괴는 지금 이 순간에도 전 지구적 규모로진행되고 있다.이를 막지 못한다면 다음 세기의 지구와 인류는 돌이킬 수 없는 생태적 재난을 맞이하게 될 것이라는 경고가 도처에서 들려오고 있다.환경문제의 올바른 해결방향 은 그린 르네상스(녹색 부흥)일 수밖에 없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의견이다.그린 르네상스가 왜 필요하며 이를 꽃피우기 위한 방안은어떤 것이 있는지 전문가의 기고를 통해 알아본다.
[편집자註] 지난 회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현재의 정치.사회.경제.과학기술 시스템은 유한한 지구에서의 「환경적으로 건전하고 지속가능한 개발」을 보장하지 못한다.
그러므로 기존의 시스템에 의해 야기된 단절과 속박,그리고 오염의 문화를 하루 빨리 상호연계와 평등.생명의 문화로 전환시키는 노력이 필요하다.이런 노력에 따른 새로운 차원의 환경운동을「그린 르네상스(녹색부흥)」라 부르도록 하자.
그린 르네상스라는 혁명의 불꽃은 이미 타오르고 있다.농업혁명과 산업혁명에 이은 제3의 혁명이 시작된 것이다.지금 20세기후반은 환경과 생태계 뿐만 아니라 사회.정치.경제.문화등 모든분야에서 총제적 위기를 맞고 있다.
요동하는 세계질서의 새로운 주체로 불리는 非정부 민간기구(NGO)의 활동과 녹색소비자 운동 같은 시민 스스로에 의한 삶의양식 변화 추구가 그 대표적인 예다.
이런 것들을 하나로 묶어 줄 선명한 기치와 구호가 바로 「그린 르네상스」며,이제 그 방향의 올바른 설정과 튼튼한 사상적 뒷받침을 마련해 주어야 한다.
동양사상 가운데도 「그린 르네상스」에 중요한 역할을 할 이념들이 많다.불교철학을 비롯한 노장철학,그리고 우리나라 동학과 원불교 사상등이 자연과 인간의 조화를 추구한다는 점에서 새 생명문화의 패러다임을 창출하는데 큰 몫을 할 수 있 을 것이다.
그렇다고 서양의 것이 다 배제돼야 한다는 것은 아니다.
서구에서 유래하고 발달한 종교와 사상.문명도 모든 것이 진정한 의미에서 하나되고 같이 나가는 세상의 한바탕이 돼야 한다.
이를 위해 기존의 서구문명은 외형적 확장을 멈추고 내생(內生)성장 단계로 들어가야 한다고 본다.현대문명은 그 성장의 관성을죽여 새로운 생명 문명과의 조화를 꾀해야 한다는 말이다.
「그린 르네상스」의 꽃핌을 위해서는 기존의 사회경제 시스템 또한 전면적으로 바뀌어야 한다.물론 자본주의에 굳건히 뿌리를 내린 현재의 사회 경제구조와 오랫동안 세상의 각 분야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쳐온 사상등에 대한 이러한 직접적인 도 전은 단순하고 실현불가능한 급진주의로 간주될 수 있다.
그러나 이제 대담한 용기와 상상력,그리고 실천이 필요할 때다.우리는 현재의 제반 시스템이 「지속가능한 개발」의 장애물이라는 것을 명백하게 인식했으므로 이를 바로잡고 개선하는데 총력을기울여야 한다.
그리고 이러한 새 생명 세상의 창조에는 지구촌 곳곳의 다양한토속문화와 윤리가 녹아들어가야 한다.
사회 각분야에서의 그린 플랜 수립 또한 필수적이다.그린플랜은정부.기업.공동체.개인이 제각기 실천해야 할 녹색환경보호의 지침서다. 기계론적 사고에 바탕하지 않은 참과학과 청정기술의 발전도 무엇보다 필요하다.산업제품들을 고품질 또는 내구성으로 전환해 자원의 투입량을 줄이는 한편 부분적으로는 여가와 인간관계, 그리고 기타 비물질적 수단을 통해 만족을 얻음으로써 소비에대한 욕구를 줄여야 한다.
이와함께 지나침보다 적절함을 받아들이는 생태적 가정.기업.정부로의 회귀가 대단히 중요하다.절약을 미덕으로 여기는 가족과 공동체,만족스런 노동,양질의 삶을 추구하는 새로운 질서로 돌아가야 한다.
이러한 일들을 하는데 우리나라가 중추적 역할을 할 수 있는 몇가지 이유가 있다.물론 우리 것만이 대단하고 유일한 해법은 아니나 최소한 묻혀졌던 전통을 발굴해 내고,나아가 지구촌에 도움이 된다면 기꺼이 우리는 그 일을 해야 한다.
무엇보다 우리는 합일과 조화를 중시하는 동양사상을 바탕으로 하고 있어 「그린 르네상스」 실천에 유리하다.여기에는 비록 자본주의에 기초하고 많은 부분이 환경파괴와 임금 「착취」에서 비롯된 것이긴 하지만 환경문제를 논의할만한 상당한 경제력을 갖고있다는 것도 강점으로 작용하고 있다.
또 「대전환 21」연구의 설문조사에서도 나타났듯이 「삶의 질」제고에 대한 일반 국민들의 고양된 의식 및 조상 대대로의 근검절약 정신과 청빈사상 전통이 큰 밑천이다.
역설적이지만 자극이 있어야 반응을 한다는 원리에서 보면 심각한 우리나라 환경오염도 이러한 논의를 활성화하는데 한몫을 할 수 있을 것이다.요즘 얘기되고 있는 환경세계화란 진정한 의미에서 21세기 녹색문명의 새벽를 우리가 열자는 것이 다.지금 전세계적으로 「그린 르네상스」의 기운이 일어나고 있지만 그 속도가 너무 늦고 힘이 미약하므로 우리가 녹색문화를 일으키는 촉매가 돼야 한다.
이제 분명한 것은 우리세대가 밀려오는 새 생명 패러다임 물결의 첨단에 있다는 것이다.1만년 전의 농업혁명과 2백년전의 산업혁명,그리고 첫번째 르네상스는 정착에 세기적 시간이 걸렸다.
그러나 우리는 불과 몇십년안에 「그린 르네상스」을 완성시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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