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캠프 데이비드 가는 MB에 넥타이 풀고 얘기하라 조언”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08면

조지 부시 전 미국 대통령이 13일 오전 서울 신라호텔에서 ‘한·미 동맹 과거, 현재 그리고 미래’란 주제로 강연하고 있다. [사진=안성식 기자]

방한 중인 조지 H W 부시 전 대통령이 한·미 동맹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 전망이 매우 밝다고 말했다. 그는 조지 W 부시 대통령의 아버지이기도 하다.

13일 오전 7시50분 신라호텔 영빈관. 부시 전 대통령은 함께 온 미국 경호원 6명의 호위 속에 부인 바버라 부시 여사와 함께 입장했다. 83세의 나이에도 불구하고 건강한 모습이었다. 한국국제교류재단(이사장 임성준)이 주최한 이날 강연을 듣기 위해 참석한 정·관·재계 인사 100여 명은 박수로 그를 맞았다. 이홍구·노신영 전 총리, 대통령직 인수위원장직을 역임한 이경숙 숙명여대 총장, 박동진·홍순영 전 외무장관, 손경식 대한상공회의소 소장, 유창무 무역협회 부회장, 리처드 웨커 외환은행장, 알렉산더 버시바우 주한 미대사 등의 모습도 보였다.

그는 앉은 채로 30여 분간 원고 없이 열정적으로 이야기를 끌어 나갔다.

그는 “골수 공화당원인 내가 안심시켜 드리겠다. 누가 (다음) 미국 대통령이 되더라도 한·미 동맹이 더욱 공고해지기를 원할 것이라는 점을 확신한다”고 말했다. 이어 “미국 대선 후보들이 경선에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이 필요 없다고 하는 말을 듣고 걱정할 것 없다. 그건 지지층을 결집시키기 위해 하는 말이다. 미국 정치의 속성이 그렇다. 나중에 (취임하면) 말과 행동이 달라질 것”이라는 설명까지 덧붙였다.

그는 한·미 동맹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데 많은 시간을 할애했다. “미국은 한국만큼 강력한 동맹을 가지고 있지 않다”며 “양국은 자유와 민주주의 가치를 함께 추구하는 나라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한국의 이라크·아프가니스탄 파병 사실을 거론하면서 “한국은 미국에 있어 감사한 존재이며 나는 한국의 팬”이라고 강조했다.

이명박 대통령과의 12일 오찬과 관련해선 “(다음달) 캠프 데이비드에 가면 (부시 대통령과) 넥타이를 풀고 솔직하게 대화를 나누시라고 말씀드렸다”고 소개한 뒤 “(한·미 정상회담은) 생산적인 자리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어 이 대통령에 대해선 “(한국에서) 많은 도전 과제가 놓여 있는 이 순간엔 정치적 지도력이 필요하다. 이 대통령은 이미 그 리더십을 증명한 바 있다”고 덕 담했다. 또 “이 대통령에 대한 기대가 높고 여러 가지 요구가 있는 것으로 안다. 나는 1989년 1월 대통령에 취임한 지 불과 수일 만에 어린 여학생으로부터 ‘환경문제 해결에 노력해 달라’는 편지를 받았다”는 일화도 소개했다.  

부시 전 대통령은 강연 도중 간간이 유머를 섞어 좌중에 웃음을 선사했다.

미국 대선과 관련해선 “대선 후보들이 아들(부시 대통령)에 대해 칭찬을 많이 하지 않아 TV를 보는 게 즐겁지 않다”고 고백했다. 강연 말미엔 “여러분들이 아내를 너무 여왕처럼 대접해줘 텍사스로 돌아가면 제 자리로 돌아올지 의문”이라며 감사의 농담을 던졌다. 풍산그룹 류진 회장의 초청으로 11일 제주도로 입국한 그는 이날 낮 전용기편으로 텍사스 휴스턴으로 돌아갔다.

글=김정욱 기자 , 사진=안성식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