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정부가 학원 시간까지 결정할 것인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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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학원 심야교습을 둘러싼 논란이 또다시 불거졌다. 서울시의회 교육문화상임위가 그제 학원 심야교습 시간 제한을 없애는 내용을 담은 조례 개정안을 통과시킨 게 계기다. 서울에선 현재 학원 운영이 오후 10시까지로 제한돼 있으나 앞으론 자율화된다. 교원단체와 학부모 단체들이 즉각 철회를 요구했다. 청소년의 건강권이 훼손되고 사교육 의존이 심화된다는 이유에서다.

현재 상당수 시·도 교육청이 학원 심야교습 시간을 제한하고 있다. 그럼에도 자정을 넘겨 수업을 하는 학원이 숱한 게 현실이다. 법과 현실 사이에 괴리가 크기 때문이다. 우선 위반 학원에 대한 처벌조항이 있지만 유명무실하다. 지역교육청별로 2~3명의 인력이 학원 수백 곳을 담당해야 하는 상황에서 단속이 제대로 될 리 없다. 규정을 어기는 ‘탈법 학원’에 다니는 학생들만 잠재적 범법자로 만드는 꼴이다.

문제의 핵심은 자유냐 규제냐다. 자정이 넘도록 아이들을 학원에 보내는 사교육 열풍은 분명 문제다. 아이들 건강도 그렇고 과외비 또한 부담이다. 그렇다고 정부가 나서서 밤 10시 이후에는 학원에서 공부하지 말라는 것도 문제다. 공부로 밤을 새우든, 초저녁까지 하든 그것은 개인이 결정할 문제이지 정부가 나설 일이 아니다. 심야학원을 가고 안 가고는 학생·학부모가 스스로 결정할 문제지 교육당국이 나설 일이 아니다. 집에서 새벽까지 공부하면 학생의 건강이 나빠진다고 교육당국이 이를 막을 것인가?

무엇보다 학원에서 공부하려는 수요가 엄연하다는 게 문제다. 학원 수업으로 늦은 밤 파김치가 돼 돌아오는 게 달가울 학생·학부모가 어디 있겠는가. 그래도 학원을 찾는 건 학교 공부로는 부족한 것을 채우기 위해서다. 수요가 있는 한 사교육은 줄지 않는 게 현실이다. 교육당국은 이를 규제로 풀겠다고 고집해서는 안 된다. 사교육 수요 자체를 줄이는 게 먼저다. 그 방법은 공교육을 활성화하는 데서 찾아야 한다. 학교에서 방과후 교육이라도 제대로 해 보라. 누가 건강을 해치며 심야학원을 다니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