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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인트 아이템] 작은 사각 스카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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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려한 프린트의 면 소재 스카프. 비비안 웨스트우드 제품.

최첨단 유행을 이끄는 하이패션 브랜드의 수석디자이너들은 어디서 영감을 받을까요. 역사적인 자료들이나 고상하고 아름답다고 생각하는 것들에서만 영감을 얻는 것은 아닙니다. ‘패션 지옥’이라 불리는 1980년대 코미디 쇼에서나 볼 법한 괴상한 의상들도 대상이 되죠. 최악의 ‘패션 테러리스트’로 불리는 영국 팝가수 에이미 와인하우스의 베개를 올린 듯한 헤어스타일과 도깨비탈 같은 눈 화장도 많은 디자이너가 응용하고 있습니다. 고급스러움의 대명사인 샤넬이 런던에서 열었던 패션쇼에서도 에이미 와인하우스의 흔적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이처럼 패션은 때때로 사람들이 고개를 젓는 의외의 요소들에 눈을 돌리곤 합니다. 시위 현장에서 코와 입을 가릴 때 쓰던 추억의 손수건을 기억하시나요? 영국의 전자음악 밴드 페이스리스의 2001년 앨범 커버, ‘예술인가? 범죄인가?’라는 논쟁이 붙은 아티스트 뱅크시의 그래피티 아트(길거리 벽에 스프레이로 낙서하듯 그려진 그림이나 글자)는 바로 이 데모 장면과 손수건을 예술로 승화한 예죠. 저는 앙증맞은 스카프들을 보다가 뱅크시의 작품과 데모 현장의 손수건이 함께 생각났습니다. 패션과는 거리가 먼 것 같은 과거의 기억이 이렇게 색다른 영감의 세계로 다가오기도 하네요. 뻔한 일상과 스타일에 돌을 던지라는 의미겠죠.

이 봄엔 작은 스카프로 일상에서 살짝 벗어나 보시죠. 재미난 무늬의 사각 스카프를 코까지 덮는 높이로 묶은 다음 목에 내려 착용해 보세요. 일교차가 심한 요즘 같은 날씨에 유용한 소품이 된답니다. 거울에서 딱 기분 좋을 만큼 반항적인 자신의 모습을 볼 수 있을 겁니다.

하상백(패션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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