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려한 프린트의 면 소재 스카프. 비비안 웨스트우드 제품.
이처럼 패션은 때때로 사람들이 고개를 젓는 의외의 요소들에 눈을 돌리곤 합니다. 시위 현장에서 코와 입을 가릴 때 쓰던 추억의 손수건을 기억하시나요? 영국의 전자음악 밴드 페이스리스의 2001년 앨범 커버, ‘예술인가? 범죄인가?’라는 논쟁이 붙은 아티스트 뱅크시의 그래피티 아트(길거리 벽에 스프레이로 낙서하듯 그려진 그림이나 글자)는 바로 이 데모 장면과 손수건을 예술로 승화한 예죠. 저는 앙증맞은 스카프들을 보다가 뱅크시의 작품과 데모 현장의 손수건이 함께 생각났습니다. 패션과는 거리가 먼 것 같은 과거의 기억이 이렇게 색다른 영감의 세계로 다가오기도 하네요. 뻔한 일상과 스타일에 돌을 던지라는 의미겠죠.
이 봄엔 작은 스카프로 일상에서 살짝 벗어나 보시죠. 재미난 무늬의 사각 스카프를 코까지 덮는 높이로 묶은 다음 목에 내려 착용해 보세요. 일교차가 심한 요즘 같은 날씨에 유용한 소품이 된답니다. 거울에서 딱 기분 좋을 만큼 반항적인 자신의 모습을 볼 수 있을 겁니다.
하상백(패션디자이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