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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주의 아담&이브] ‘영계’ 찾는 남자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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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황청이 더 이상 참을 수 없었던 모양이다. 교황청은 최근 6세기 그레고리 교황이 인류의 타락을 경고한 지 1500년 만에 ‘신 7대 죄악’을 경고했다. 새 죄악은 환경파괴, 윤리적 논란이 큰 과학실험, 유전자 조작실험과 배아줄기세포 연구, 마약거래, 소수의 과도한 부 축적으로 인한 사회적 불공정, 낙태, 소아성애의 7가지다. 하나같이 대한민국이 자유롭지 않은 문제여서 뜨끔하다. 특히 소아성애(小兒性愛)가 낀 것이 예사롭지 않다. ‘산삼보다 좋은 고3’이라는 유행어가 있는 나라, 원조교제와 ‘영계’ 선호가 퍼져 있는 나라이기에….

그러나 소아성애는 한국만의 문제는 아니며 인류사 곳곳에서 편린을 볼 수 있다. 로마의 제2대 황제 티베리우스는 ‘변태의 황제’이기도 했는데, 소아성애에도 발군이었다. 그는 아이들을 ‘새끼 물고기’로 부르며 자신이 수영하는 동안 허벅지 사이로 노닐면서 혀로 핥거나 입으로 물어서 흥분시키는 역을 맡겼다. 젖먹이에겐 젖 대신 자신의 음경을 빨도록 시켰다.

소아성애는 넓은 의미에서 청소년의 성적 체벌도 포함한다. 한국에선 최근까지 남자 교사가 ‘과년한 여고생’의 궁둥이를 찰싹찰싹 때렸는데, 당연히 이도 포함된다. 영국에선 18세기 학교에서 학생들이 등록금과 별도로 채찍 값을 냈으며, 이때 돈을 내고 여학생이 맞는 장면을 구경한 신사들이 적지 않았다는 기록이 있다.

지난해 프랑스 사르코지 대통령이 “소아성애는 타고난 본능”이라고 말해 논란에 휩싸였다. 그러나 의학적으로 탱탱한 젊은이를 좋아하는 것은 본능일지 몰라도, 생식능력이 없는 포동포동한 아이를 탐하는 것은 정신질환인 성도착증에 포함된다. 미국정신과학회(APA)는 6개월 이상 사춘기 이전의 어린이에게 성적 환상·충동·행동 등을 보이고 이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거나 대인관계가 힘들어지면 치료를 받아야 한다고 본다.

독일의 심리학자 마이클 그리저머는 소아성애를 “뇌 전두엽의 이상으로 성적 상대가 헷갈리는 것”으로 해석했다. 현재 의학자들은 소아성애가 뇌에서 남성 호르몬과 세로토닌 등의 물질 분비에 이상이 생겼기 때문이라는 둥, 어릴 적 과보호가 원인이라는 둥 저마다의 해석을 내놓고 있다. 심리학자들은 중년 남성이 어린 여자를 좋아하는 ‘롤리타 콤플렉스’를 경쟁사회로의 도피심리로 해석하기도 한다.

치료에는 인지행동치료, 남성 호르몬 억제 약물요법 등이 있다. 미국에선 소아성애자가 성범죄를 저질렀다면 뇌 시상의 일부를 파괴하는 ‘시상절제술’을 시행하기도 한다. 한국의 ‘정서법’은 음경을 자르거나 옥문(玉門)을 닫는 ‘궁형’에 처할 것을 요구하지만, 그곳에서는 교정(矯正)을 위해 뇌수술을 한다. 

이성주 코메디닷컴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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