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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가 잡으려 돈줄 죈다” 추락하는 중국 증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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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6면

중국 증시가 바닥을 모르고 추락하고 있다. 13일에는 상하이종합지수가 심리적 지지선인 4000선마저 내줬다. 이날 상하이종합지수는 전날보다 98.86포인트(2.43%) 떨어진 3971.26에 거래를 마쳤다. 지난해 7월 이래 최저 수준이다. 홍콩 증시도 3.75% 하락했다. 특히 중국 펀드가 주로 투자하는 종목들을 모아놓은 홍콩 H지수는 6.61%나 떨어졌다. 지난해 10월 6000선을 돌파하며 치솟던 중국 증시는 이후 하락, 5개월여 만에 시가총액의 3분의 1이 허공으로 사라졌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이를 “2000년 기술주 버블 붕괴로 미국 나스닥 시장이 급락했던 것보다 더하다”고 평가했다. 멈추지 않는 하락세에 중국 펀드 투자자들의 속은 타들어간다.

◇물가에 발목 잡힌 중국 증시=13일 ‘버냉키 효과’는 하루 만에 약발을 다하고 전 세계 증시가 약세를 보였다. 이날 코스피지수는 43.21포인트(2.6%)나 하락했다. 일본도 3.33% 급락했다. 칼라일캐피털이 부도설에 휩싸이면서 글로벌 신용위기 우려가 재발한 탓이다.

그러나 최근의 중국 증시 급락은 무엇보다 고공행진을 하고 있는 물가 때문이란 해석이 우세하다. 2월 중국의 소비자물가지수(CPI)는 8.7%를 기록해 1996년 이래 가장 높았다. 특히 돼지고기 가격이 63.4% 오른 것을 비롯해 식료품 가격이 23.3%나 뛰었다. 설날과 폭설의 영향이라고는 하지만 치솟는 물가는 당장 서민생활을 위협한다. 이 때문에 물가를 잡기 위해 긴축의 고삐가 더 조여질 거란 우려가 커졌다. 원자바오 총리는 최근 전국인민대표대회에서 “안정적 경제 성장과 물가 안정”을 중국 정부의 최우선 목표로 설정했다. 조만간 추가 금리인상이 예상되는 이유다. 전문가들은 이르면 이번 주말이나 다음주 화요일 전인대가 끝나면 금리가 인상될 것으로 보고 있다. 수급도 문제다. 국유기업의 민영화 추진과 관련된 비유통주(보호예수) 물량이 시장에 쏟아지고 있다. 대규모 유상증자 발표와 기업 상장도 수급에 찬물을 끼얹는다.

◇단기 대응은 자제해야=중국 정부는 5개월간 신규 발행을 불허해 왔던 주식형 펀드의 발행을 지난달부터 매주 2~3개씩 신규 허가해 주고 있다. 2월에만 12개 주식형 펀드가 신규 허용됐다. 여기에 증권거래세 인하와 주가지수선물 시장 개설을 추진하는 등 부양책도 잇따라 내놓고 있다. 장기적으로는 아직 긍정적 평가도 많다. 올해도 중국 경제는 10%대 성장을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수출 중심에서 벗어나 내수가 성장을 견인하는 구조로 바뀔 것으로 보인다. 우리투자증권은 “2008년은 중국 경제가 ‘내수지향형’ 경제 구조로 전환되는 해가 될 것”으로 봤다. 게다가 많이 떨어진 탓에 주가도 싸졌다.

하지만 단기적으론 힘 없는 시장이 지속될 공산이 클 전망이다. 한화증권 이은호 연구원은 “주가 하락의 근본 원인은 투자자의 자신감 상실”이라며 “몇 개 호재를 발표한다고 해서 투자심리를 되돌리기는 어렵다”고 평가했다. 이 때문에 새로 펀드에 가입하려는 투자자라면 한 번에 돈을 넣기보다 몇 차례 나눠 분할 투자하는 게 좋다는 조언이 많다.

고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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