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분수대>사이버 反文化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5면

과학픽션작가들은「현명한 바보」로 자처한다.비약과 과장,믿어지지않는 예언으로 익살을 안긴다.영향력은 있으되 책임은 없고,누구 하나 진지하게 주목하지 않는다.그러나 그 아이디어는 문화 속에 스며들어 도처에서 숨은 빛을 발한다.사이버스 페이스(cyberspace)란 말을 만든 윌리엄 깁슨이 최근 할리우드의 영화시사회에 모습을 드러냈다.자신의 단편『자니 엠니모닉』(Johnny Mnemonic)을 소니의 영화사가 영화화했다.각본은깁슨 자신이 영화에 맞게 고쳐 썼다.
주인공 자니는 21세기 데이터 운반책이다.그의 머리속에는 극비의 정보를 담은 컴퓨터 칩이 들어 있다.정보를 보다 많이 저장하기 위해 어린 시절의 기억은 두뇌에서 모두 지워졌다.그를 뒤쫓는 일본 야쿠자의 정보 갱과 그를 지키려는 인공 두뇌 돌고래의 공방을 그린「하이테크 서스펜스」다.사이버펑크 소설의 영화화는 할리우드 귀재(鬼才)들도 여의치 않은 모양이다.
원조(元祖)격인『뉴로맨서』는 영화화 엄두를 못냈다.컴퓨터 기억단위인 비트(bit)는 「정보의 DNA」로 불린다.두뇌 속에기억된 정보를「비트」로 환원이 가능하다면 남의 머리속에 든 기억을 깡그리 지워버릴 수도 있다.「당신 자신의 두뇌가 해커당한다?」는 기괴한 경구(警句)도 탄생시켰다.깁슨은 사이버펑크 세계가 자신의 상상보다 너무 빨리 현실화하는데 놀란다.기술이 곧힘이고,이것이 전복과 파괴의 문화적 세력으로 밀려오고 있는데서사이버미래의 불안을 읽는다.
해커들의「낭만」은「크래커」(cracker)들의 정보테러로 대체됐다.산업화이후 사회의 문화와 반문화(反文化)가 맞닥뜨리면서갈수록 사이버펑크 소설 속의 세계를 닮아가고 있다는 작가로서의자책도 곁들인다.과학으로 무장된 일본 오움교 집단의 신경가스 테러도 이 반문화의 한 연장으로 해석된다.「사이버 윤리」확립의첫 시도로 미국에서「정보통신 품위유지법」이 입안중이다.인터네트등 컴퓨터 통신망으로 음화나 음탕한 메시지를 보내는 사람에게 최고 10만달러의 벌금과 2년 이하의 징역에 처하는 법안이다.
싱가포르 당국은 형사처벌을 공지(公知)했다.인터네트는 1백45개국에서 가입자가 3천만명에 육박한다.아시아에서 북한과 미얀마만 예외다.글로벌체제 속으로 가장 빠르고 값싸게 편입되는 지름길이다.동시에「사이 버 반문화」의 접점(接點)이고 사용자의 평균연령이 23세라는 점이 경각심을 더한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