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칼럼>선거전략=지역대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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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연탄가스처럼 스멀스멀 기어들어와 어느사이엔가 우리정치의 후진성을 상징하는 대명사가 된 단어가 있다.바로 지역감정이다.이 괴물이 지금 전국을 먹어들어가고 있다.영.호남에 이어 충청으로번지고 다시 영남이 부산.경남과 대구.경북으로 갈라선 것을 말하는게 아니다.그건 옛날 이야기고 이제는 같은 시.도안에서 동.서로,남.북으로 찢어지고 있다.강원이 영동과 영서로,충남이 북부와 남부로,전남이 동부와 서부로,경남이 동북과 서남으로 나뉘며 대립하고 있다.다른 시.도도 정도의 차이가 있을 뿐이다.
심지어 시.군과 읍.면에서도 편가르기 양상이 나타나고 있다.지방선거가 이같은 분열주의의 활성화 토양이 되고 있다.
이렇게 되는 원인의 상당부분은 정치권에 있다.각 당의 선거전략이라는 것이 지역감정 이용 방안의 다른 표현처럼 되고있다.특정지역에 영남사람.호남사람.충청도사람이 얼마인지 그 퍼센트를 계산하는 것이 중앙당의 일이다.
지금 지역대결은 전국적으로,또 기초와 광역을 망라해 많은 후보들의 핵심전략이 되고 있다.그러니 선거의 초점이 정책이나 인물에 맞춰질리가 만무하다.후보가 어디 출생이냐,도청이 어디로 가느냐,분도(分道)를 하느냐 마느냐하는 저차원의 논쟁이 선거이슈가 되고 있다.지역간 갈등을 부추겨 득을 보려는 치사한 계산들 때문이다.
물론 우리 현실이 지역감정을 부인할 수 없음을 안다.지역감정은 존재한다.그동안의 선거에서 엄청난 위력을 발휘해온 것을 생생히 기억한다.외국에는 우리보다 더 심한데도 있다고 한다.지역감정이 발생할 만한 이유가 있고 풀어지기 어렵다는 점도 이해가간다. 하지만 아무리 그렇다고 해도 지역간 충돌을 유발시켜 잇속을 챙기려는 행태는 용납할 수 없다.적어도 선거에 나선 후보라면 국가의 통합과 국민의 화합을 생각해야 한다.지역감정을 치유하기 위해 애쓰는 모습을 보이는 것이 올바른 태도다.
이번 선거는 수십년을 기다린 것이다.지방자치가 정착되고 우리의 민주주의가 제도적으로 완성되느냐의 고비다.그럼에도 선거현장에서 들려오는 마찰음과 파열음들은 우리를 우울하게 한다.지역감정을 부추겨 당선되면 후보는 그것으로 그만이지만 패 인 골은 선거후에 더욱 깊어진다.우리는 이미 너무도 충분하게 경험했다.
金 敎 俊〈정치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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