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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구돕자" 전국서 지원물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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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9일 오후 1시쯤 충북 청원군 남일면 가산리 남일딸기작목반 회장 慶장희(50)씨의 딸기 비닐 하우스. 지붕이 주저앉은 하우스마다 10여명씩 나란히 선 자원봉사자들이 요란한 삽질 소리를 냈다. 얼어붙은 눈덩이를 무딘 평삽으로 깨가며 눈을 치우는 일이 쉽지는 않았지만 모두들 "이쯤이야"라며 서로를 격려했다.

이들은 지난해 태풍 '매미'로 엄청난 고통을 당했던 경남 마산시 가포동에서 올라온 새마을지도자와 부녀회원등 91명. 지난해 수해복구를 도와줬던 청원군이 재해를 당했다는 소식을 듣고 '보은(報恩)의 자원봉사' 대열에 합류한 것이다. 이들은 오전 7시에 출발해 11시부터 해가 넘어갈 때까지 눈덩이와 씨름했다. 주인순(56.여)씨는 "작년에 그렇게 멀리서 달려와 도움을 준 사람들이 피해를 입었다는 데 우리도 가만 있을 수는 없었습니다"라고 말했다.

慶씨는 "지난해 마산에서 봉사활동을 벌일 때만 해도 도움받을 일이 있으랴 싶었는 데 막상 도움을 받고 보니 너무 고맙다"고 말했다.

지난해 수해 당시 청원군 공무원과 주민 2백여명이 2박3일간 마산에 머물며 쓰레기 처리 등을 도운 데 대해 황철곤 마산시장은 오효진 군수 앞으로 감사편지를 보내 보답을 약속했었다.

이날 가산리 딸기작목반 하우스촌에는 이들을 비롯해 경기도 이천.대구 등 전국에서 320여명이 찾아와 무너진 하우스 주변의 눈을 치우는 데 일손을 보탰다. 또 청원군 부용면 등곡리 충광 양계단지에서는 작년 수해로 고생했던 마산시청 공무원 80여명이 이틀째 보은의 자원봉사를 펼쳤다. 이에 앞서 지난 8일에는 마산 지역 주민 30여명을 비롯, 재작년 수해 때 도움을 받은 충북 영동군 황간면 주민 30여명이 이곳을 다녀갔다.

대전에서는 서구청과 자매결연을 추진 중인 강릉시가 종합 제설차량 2대와 전문 인력을 지원해 고마움을 샀다. 제설작업에 관한 한 남다른 노하우를 갖고 있는 이들은 작업차량에 '대전시민 여러분, 힘내세요'라는 현수막을 달고 다니며 능숙한 솜씨로 제설작업을 벌였다. 이 때문에 강릉시 인터넷 홈페이지에는 대전시민들이 올린 감사의 글들이 이어지고 있다.

농협 충남지역본부에는 9일 농협 전남지역본부가 임직원들이 모금한 1300만원을 보내 왔다. 대전.충남지역 출신 서울지역 농협직원들의 모임인 '청남회' 회원들도 성금 300만원을 전해왔으며, 농협 경기지역본부에서도 임직원들이 모은 1000만원으로 복구작업에 필요한 장화 1000 켤레를 구입, 전달하겠다는 뜻을 알려왔다.

10일에도 자원봉사 물결은 계속 이어진다.

청원군에는 전남 곡성과 영동군 추풍령면 주민들이 자원봉사 신청을 해 놓았으며, 옥천군에도 경기도 파주시 자원봉사센터 회원과 경남 사천시 새마을지도자협의회 회원들이 수해복구 지원에 대한 보답으로 인력지원에 나선다.

강원도청 및 시.군 공무원 800여명도 10~12일 눈 피해가 큰 충남.북과 경북 북부 지역에서 응구복구 작업을 지원한다.

대전.청주=최준호.안남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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