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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둑 '제 12회 삼성화재배 세계바둑오픈'] 흑의 다음 한 수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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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결승 3번기 2국>

○·박영훈 9단(1패) ●·이세돌 9단(1승)

제2보(21∼36)=예전 시간이 넉넉하던 때, 그러니까 운당여관 시절의 아침 풍경은 참 한가로웠다. 뒤채에서 들려오는 은은한 가야금 소리, 하얀 고무신, 눈 덮인 마당…. 점심시간 외에 저녁시간도 있었고 밤 12시 언저리에 대국이 끝나면 ‘통금’을 핑계로 관전객까지 몽땅 ‘야통’에 합류하곤 했다.

삼성화재배는 제한시간이 단 두 시간. 초반에 시간을 아껴두지 않으면 승부처에서 곤란해진다. 초읽기에 몰리면 작전이 옹색해진다. 초 스피드로 두어 가던 두 사람의 손길이 25부터 서서히 느려졌다. 24로 달리면 25는 필연이라고 생각하지만 꼭 그렇지도 않다. 이창호 9단은 종종 ‘참고도 1’처럼 받아두고 한 점을 내준다(나중에 A로 막으면 B의 탈출수가 부활한다).

28로 다가섰을 때가 초반의 기로. 상대가 움직이지 않았으니 정수는 물론 ‘참고도 2’ 흑1로 잡는 것이다. 그러나 이세돌 9단은 백2의 한 칸이 너무 환하다고 느낀다. 이렇다고 못 둘 것은 없지만 이세돌의 화려한 감각엔 흑1보다 백2가 더 좋아 보인다. 그는 결국 29로 돌입했다. 백△가 시퍼렇게 살아숨쉬고 있는 마당에 이 수는 약간 무리로 보이지만 이런 식으로 싸워 기회를 잡는 것이 이세돌 바둑. 그냥 하회를 지켜볼 수밖에 없다. 36에서 이 판은 두 번째 기로를 맞이했다.  

박치문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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