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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명의원류를찾아서>2천년 성지 예루살렘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9면

금요일 아침 카이로를 출발한 버스는 사막길을 6시간 이상 달려이스라엘 국경에 도착했다.까다로운 입국수속을 마치고 나니 오후4시.국경 터미널 광장으로 나왔으나 예루살렘으로 가는 버스가 없었다.안식일이기 때문이라고 했다.
『유대인의 안식일은 토요일이 아닙니까.』 『우리의 토요일은 금요일 일몰부터 다음날 일몰까지입니다.모든 대중교통수단은 끊기고 음식점도 문을 닫습니다.』 눈앞이 캄캄해졌다.사방은 온통 사막뿐인데 오도가도 못하게 된 셈이었다.우두커니 서서 사막의 지평을 바라보고 있는데 뒤에서 누가 날 부르는 소리가 들려왔다. 『한국에서 오셨나요.』 깜짝 놀라 돌아보니 히브리대에서 신학을 전공하는 한국 유학생이었다.국경에 도착하는 성지순례단을 마중나왔다는 그는 함께 예루살렘으로 가자고 했다.이런 사막에서동포를 만나니 반갑기 그지 없었다.
가자지구를 거쳐 팔레스타인 땅에 들어서는 동안 몇차례나 군인들이 차안으로 들어와 검색했다.우리가 탄 차가 아랍인만 사용하는 파란 번호판을 달고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차창 밖으로 이따금씩 사막에 물을 끌어들여 개간한 널찍한 키부츠들 이 스쳐지나갔다.그 옛날 구약시대에 이스라엘 백성들이 흉년들면 굶주림을 이기다 못해 비옥한 나일강 삼각주로 몸을 팔러 가던 길이다.
이스라엘 역사는 모세가 이집트에서 노예생활을 하던 이스라엘 백성을 이끌고 사막을 헤매다 천신만고 끝에 40년만에 가나안 땅에 귀환하는 것으로 시작된다.기원전 1050년에 세워진 유대왕국이 3대 솔로몬왕때 남북으로 분단된 후 혼란이 거듭되던 가나안 땅은 기원전 332년 알렉산더 대왕의 군대에 짓밟히고 만다.기원전 63년엔 로마군이 들이닥쳤다.잔악한 식민통치에 항거해 반란을 일으킨 유대인들은 서기 135년 이땅에서 쫓겨나 이나라 저나라로 유랑의 길을 떠나야 했 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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