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4·15 민심 탐방] 3. 투표? 하긴 해야지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04면

▶ '2004 총선 부산유권자운동연대' 회원들이 9일 오후 부산YMCA 16층 사무실에서 선거 참여 독려 캠페인에 쓸 깃발을 살펴보고 있다. [송봉근 기자]

울산YMCA와 YWCA는 지난달 25일 유권자운동본부 발대식을 하고 활동에 들어갔다. 투표 참여율을 높이는 게 최대 목표다.

이를 위해 먼저 후보자에 대한 개인정보와 유권자운동본부의 활동상황을 알리는 인터넷 사이트(www.vote17.or.kr)를 만들었다. 2단계 활동으로 두 Y 직원들이 나서 다단계식으로 e-메일과 휴대전화 문자 메시지를 통해 투표 참여의 중요성을 알릴 계획이다.

*** 새내기 유권자 참여 독려

대학 2, 3학년 새내기 유권자가 집중 공략 대상이다. 시민.사이버.언론 감시단과 투표소 편의시설 조사단 등 자원봉사자 200명이 지침서로 삼을 워크북도 만들었다.

투표소 편의시설 조사단장을 맡은 김소희(울산대 환경공학과 4학년.자원봉사 동아리 애솔 회장)양은 투표소가 결정되면 일일이 찾아가 불편한 점은 없는지 찾아내는 일을 한다. 金양은 "선거에 관심이 없다는 후배나 친구들이 꽤 있어요. 그래서 만날 때마다 국민이 선거와 국회의원의 의정활동에 관심을 갖지 않으면 의원들이 더 자기 마음대로 하게 된다고 강조하며 설득합니다"라고 말했다.

"200명의 자원봉사자 가운데 대학생이 40명입니다. 젊은이들이 무관심한 줄 알았는데 많이 참여해 너무 고마워요. 선거 당일에는 거동이 불편한 장애인이나 노약자가 요청하면 대학생 자원봉사자들이 투표장으로 모시고 갈 겁니다."(김덕순.울산YWCA 사무총장)

시민단체의 이런 투표 참여 독려 캠페인은 전국적인 운동으로 번졌다. 부산에선 지난 4일 '2004 총선 부산유권자운동연대'가 만들어져 부산YMCA 건물 16층에 자리잡았다. 시민단체들은 후보자에 대한 감시보다 투표율을 높이기 위한 활동에 더 신경을 쓴다. 자원봉사 인력으로는 많은 후보의 득표활동을 감시하는 데 한계가 있어 후보자 면면 바로 알리기와 투표 참여 독려로 방향을 튼 것이다.

"어디 시장에 가서 아무 옷이나 마구 고릅니까? 총선도 마찬가지예요. 정치인 시장에서 사람 됨됨이와 능력.경력 등을 꼼꼼히 살펴보고 제대로 골라야 나중에 후회하지 않습니다. 다 똑같다며 포기하지 말고 그 중 나은 후보를 골라내야지요. 유권자가 나서야 선거도, 정치도 바뀝니다."(박영미.부산여성단체연합 대표)

그렇다면 4.15 총선의 투표율은 얼마나 될까. 역대 총선 중 가장 낮았던 2000년 16대 총선의 투표율(57.2%)보다 낮아질 가능성도 있다. 워낙 정치에 대한 혐오증이 심하기 때문이다. 투표를 하지 않겠다며 그것도 권리라고 주장하는 사람도 있다.

"투표? 지금까지 한번도 성공 못했는디 그 사람들이 다 도적질했어. 그래도 허긴 해야지."(윤조현.63.충북 음성 화훼농가)

"총선에 주민 대표를 후보로 내세우거나 아예 선거 자체를 거부하자는 움직임마저 있습니다."(김진원.45.핵폐기장 백지화 범부안군 대책위원회 조직위원장)

*** 후보자 바로 알리기 운동

"투표요? 꼬박꼬박 해 왔는데 저희끼리 다 해먹고 내려오는 게 없어요. 그래서 이번에는 안 할래요. 전부 투표를 안 해서 매운맛을 보여주면 어떨까요."(고경영.울산시 달동 음식점 주인)

20대, 특히 대학생의 투표 참여가 어떨 것이냐가 큰 관심거리다. 아무래도 대통령선거보다 관심이 적고 투표일이 중간시험을 코앞에 둔 시점이라서 기권하는 경우가 상당할 것이기 때문이다.

"솔직히 선거에 관심이 없어요. 대학생활에 적응하기도 바쁩니다. 2학년이 되면 군 입대 문제를 생각해야 하고, 3학년부턴 취직에 신경 써야 합니다. 후보도 잘 몰라요. 누구를 뽑더라도 그 사람이 그 사람 아닌가요. 그래도 친구들끼리 최악(最惡)보다 차악(次惡)을 선택하는 게 낫다는 이야기를 합니다."(장영철.공주대 컴퓨터공학과 2학년)

"선거일을 어른이나 투표하는 날이지, '우리는 쉬는 날' 정도로 생각하는 친구들이 있어요."(한승경.전북대 행정학과 3학년)

현실이 이렇자 대학신문과 동아리들이 나섰다. 전국대학신문기자연합은 선거 참여 캠페인을 1학기 핵심 사업으로 정했다. 전북대신문은 매주 '연재기획-총선과 대학생'을 싣고 있다. 지난 1일자는 이번 총선에서 달라진 제도를 자세히 다뤘다.

"젊은층도 많이 투표할 것으로 봅니다. 탈놀이를 함께하는 젊은 회원들을 보면 우리 손으로 잘 뽑자는 생각을 하는 것 같아요. 이제 가족 간에도 지지 후보가 다른 세상 아닙니까. 이런 식으로 가면 그전보다 훨씬 돈을 안 쓰는 선거가 될 것입니다."(김종흥.49.안동 하회마을 굿탈놀이 이수자)

울산YWCA 유권자운동본부의 인터넷 사이트는 이렇게 시작한다.

"선거문화는 유권자의 힘으로 바꿀 수 있습니다."

이만훈 사회전문기자, 양재찬 경제전문기자
사진=송봉근 기자<bksong@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