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앞둔 民自 당직자-"툭하면 갈등"옛말 입조심 분위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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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민자당이 제법 잘 돌아가고 있다.당직자간에 잡음이 없다.아무것도 아닌 일에 툭하면 갈등을 빚던 그들이다.
그러나 요즘들어 그런 일이 싹 없어졌다.오히려 서로를 격려해준다. 그럴만한 일이 있었다.지난 19일이었다.민자당 주요당직자들은 이날도 여의도 맨하탄 호텔에서 공천심사작업을 벌였다.작업을 마치자 김덕룡(金德龍)총장이 술한잔을 마시자고 제의했다.
술자리에는 김윤환(金潤煥)정무장관과 현경대(玄敬大)총무.이승윤(李承潤)정책위의장.김운환(金운桓)조직위원장.최재욱(崔在旭)기조위원장이 동석했다.
그자리에서 당직자들은 많은 얘기를 나누었다고 한다.결론은 제발 잘들 좀지내보자는 것이었다 한다.
이후부터 민자당이 조용해졌다.지난주만 해도 金총장과 金조직위원장은 심각한 갈등을 겪었다.金위원장실 사무처요원을 金총장이 새사람으로 바꾼 것에서 비롯됐다.
金위원장은 金총장이 자신을 감시한다며 발끈했었다.주변 사람들이 말리기까지 했다.
그러나 그날 이후로 金위원장도 조용해졌다.아무 소리가 없다.
물론 당이 조용해진데는 당직자들끼리의 다짐이 주효했던 것같다. 그러나 그보다는 좀더 복합적인 요인이 작용한 듯 싶다.우선청와대의 분위기다.뭔가 찬바람이 쌩쌩 분다.
괜시리 잘못 걸려들었다간 혼줄이 날 것같은 모습이다.하기야 현역장관이 검찰 수사를 받는 판이다.그런가 하면 선거이후 몇몇의원들이 당할 것이란 소문도 돈다.
이미 충분한 조사가 진행됐다는 소문이 있다.구체적으로 몇몇 의원의 이름이 나돈다.민주계 의원의 이름도 있다.
마치 집권초와 같은 분위기가 있다.통치권을 확립하는 차원의 조치들이 계속 나올 것이란 얘기들이 있다.
경선과정에서 통치권의 체면이 손상된 것은 사실이다.그 과정이지속될 경우 총선과정은 더 어려워진다는 우려가 여권내에 상존한다.이쯤에서 기강을 잡아두어야 한다는게 여권의 판단이다.
따라서 당직자들이 조심하는 것은 당연하다.그러다보니 그 분위기가 확산되고 있다.
민정계 의원들의 불평이 사라졌다.두사람만 모이면 이래저래 불만을 늘어놓던 그들이다.그러나 요즘들어서는 그러지 않는다.
할 얘기가 없으면 아예 입을 다문다.중진의원들은 모두가 선거이야기 뿐이다.이한동(李漢東)국회부의장도 선거일로 여념이 없다. ***不和소문 없어져 당내에 이런저런 소문들도 사라졌다.한때 金총장은 청와대 막료진과의 불화설이 있었다.심각한 상황이라는 소문이었다.그 소문도 싹 사라졌다.의원들이 입들을 다물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가하면 金총장은 가는 곳마다 고개를 숙이고 다닌다.속은 어떤지 모르겠으나 웃음을 잃지 않는다.자신에 대한 시선을 의식하는 기색이 역력하다.
조용한 민자당은 정말이지 오랜만이다.그러나 아주 작위적이다.
그런 의미에 서 보면 태풍의 눈과도 같은 분위기다.
〈李年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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