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人力難 근본대책 아쉽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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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우리 기업들이 부닥친 인력난(人力難)의 실상(實相)이 매우 실감있는 자료로 공표됐다.한국경영자협회가 조사한 바에 따르면 일할 사람을 구하지 못한데 따른 경제적 손실이 연간 국내총생산(GDP)의 7%에 이르고 산업재해의 4배,노사분 규로 인한 손실의 6배에 해당된다는 것이다.배보다 배꼽이 더 큰 경우가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특히 일손을 구하지 못한 분야가 제조업,생산직,3백명 미만 중소업체 등이라는데 주목해야 한다.우리 산업의 중추에 해당하는분야들이다.어쩌다 이렇게 핵심분야에서 인력 공동화(空洞化)가 급속히 진행됐는지 철저히 원인을 분석하고 대책을 세워야 한다.
정부나 기업이나 변명거리는 많다.3D업종을 기피하는 근로풍토가 확산되고,외국 인력공급이 부족하며,여성인력을 유인할 조건,예컨대 탁아시설등이 제대로 안돼 있다는 것이다.문제는 이런 원인분석이 벌써 7~8년전에 예고돼 있었는데도 속시 원한 대책이서 있지 않다는 점이다.보육(保育)시설 설치가 의무화되는 대형사업장의 범위를 넓히는 문제는 이제야 비로소 시행에 들어갔다.
그것도 종전의 기준,즉 여성인력 5백명 이상 고용을 3백명 이상으로 넓히고 있을 뿐이다.왜 전향적 으로 1백명 이상 정도로미리 확대하지 못하는가.외국인 근로자 수입문제도 현장이탈등의 부작용을 극복하지 못하고 제한(制限)과 허용 사이를 오락가락하고 있다.
실업률이 완전고용에 가까운 2.1%에 접근하고 있다지만 15세에서 24세 사이의 청소년,여성인력,55세 이상의 고령인력 등에서는 일자리를 구하지 못해 놀고 있는 사람이 많다.그런가 하면 서비스업 가운데 도소매업과 음식.숙박업에는 인력이 넘쳐 흐른다.이쪽의 취업비중은 26.2%로 일본.대만.싱가포르.미국.독일등 어느 나라보다 크다.사람이 없다고 말하는 것은 어폐(語弊)가 있고,취업구조가 왜곡(歪曲)돼 있다는 표현이 더 정확할 것이다.
호황은 계속될 전망이고,인력의 수급불균형을 해소하는 방안은 보다 현실적이어야 한다.근로조건을 제대로 갖출 수 없는 기업은퇴출(退出)할 수밖에 없다고 말하기 전에 남아도는 인력을 부족한 곳에 보충해 줄 수 있는 장치를 만들어야 한 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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