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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F걸작영화 스크린의 재미 소설서 倍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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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면보기

종합 45면

아널드 슈워제네거 주연의 90년 초흥행 SF영화 『토탈 리콜』을 기억하는 사람은 많아도 이 영화의 원작소설인 필립 케이 딕의 단편 『도매가로 기억을 팝니다』를 아는 사람은 별로 없다. 또 SF영화사상 가장 끔찍한 괴물이 등장하는 리들리 스콧감독의 79년작 『에일리언』이 영화보다 40년 앞서 발표된 SF소설 『진홍색의 불협화음』을 바탕으로 했다는 사실도 모르는 사람이 많다.
우주영화의 고전으로 통하는 스탠리 큐브릭감독의 68년작 『2001년 우주의 오디세이』,공포영화의 대가 존 카펜터감독의 82년작 『괴물』등의 원작소설도 그다지 알려지지 않았다.국내에서는 SF장르의 소개가 소설보다 영화쪽에 치우쳤었기 때문이다.
최근 출판사 「서울창작」에서 펴낸 『SF 시네피아』는 이들 SF걸작영화의 원작소설을 번역.수록해 독자들에게 색다른 즐거움을 선사한다.
영화를 떠올리며 소설을 읽는 재미는 물론 영화화와 관련한 뒷얘기들이 해설로 곁들여져 흥미를 더한다.특히 영화를 만든 감독이 다들 SF계에서 둘째 가라면 서러워할 거장들이어서 이들이 원작을 어떻게 각색하고 재해석했는가도 좋은 비교거 리다.
『SF시네피아』에 수록된 작품은 모두 다섯편.『도매가로 기억을 팝니다』를 비롯,SF소설의 대가 아서 클라크의 단편 『파수』(2001년 우주의 오디세이),알프레드 반 보그트의 중편 『진홍색의 불협화음』,존 캠벨의 단편 『거기 누구냐 (괴물)』와TV시리즈 『스타트렉』의 한 에피소드를 소설로 쓴 핼런 엘리슨의 『영원의 끝에 있는 도시』등이다.
『도매가로 기억을 팝니다』와 『파수』는 영화가 성공한 뒤 장편소설로 출판돼 원작이 잘못 알려진 대표적인 경우다.뒤에 발표된 장편들은 영화 시나리오를 장편소설로 각색한 것이어서 원래작품들과는 상당히 다르다.
『토탈 리콜』은 가상의 기억장치시스템이란 개념과 기본 줄거리를 원작에서 따오긴 했지만 폭력과 살상장면이 많이 추가돼 보다상업적이다.또다른 SF명작영화 『블레이드 러너』의 원작자이기도한 필립 케이 딕은 소설에서 「자아의 정체성」 문제를 끈질기게추구한 작가다.
『에일리언』의 기초가 된 중편 『진홍색의 불협화음』은 영화와상당부분이 틀리고 영화에서 원작에 대한 언급을 하지 않아 법정시비가 붙을 뻔했던 작품.
소설은 영화와 달리 괴물인 에일리언의 관점에서 서술한 부분이많아 더 흥미롭다.주인공의 성별이 틀리고 줄거리도 다르지만 괴물의 모습은 원작소설에서 따왔음을 부인할 수 없어 나중에 『에일리언』측에서 5만달러의 원작료를 지불했다고 한 다.
『2001년 우주의 오디세이』는 『파수』에서 일어난 사건보다얼마 지난 뒤의 시점을 채택하고 있으며 『괴물』은 원작소설과 가장 가깝게 만들어졌다.원작소설은 영화보다 훨씬 진지하고 차분하게 현대문명에 대한 문제의식을 담아내고 있다.
李 湳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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