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시평>고급여성인력 낭비 심하다

몇년 전 유행한 노래중에『접시를 깨자』는 제목의 노래가 있었다.여성들이 부엌일을 전담하고 있는데 남성들도 도와주며 접시가깨져도 좋다는 내용으로 기억된다.이 노래는 우리 사회의 남성과여성의 역할에 대한 통념을 해학적으로 비유하고 있으나,실제로 우리 경제가 당면하고 있는 중요한 문제점을 지적하고 있는 것이다. 지난 30년간 한국경제 급성장의 주역은 거의가 남성이었고여성들의 참여는 저급 인력에 한정됐던 것이 사실이다.이는 단적으로 이제까지 우리 사회가 남성 주도로 움직여 왔고 여성들은 결혼해 가정을 지키는 것이 주 임무임을 보여주고 있 다.
경제활동에서 소외된 여성인력들은 필연적으로 가정에 남아 가사노동에 전념하는 인력으로 전락하였고,가정의 소비를 담당하는 주역이 됐다.
평일 오후 강남의 백화점을 가보자.수백 수천의 여성들이 멋지게 차려 입고,고급.고가의 의류 등을 구입하고,위층에 있는 식당가를 점령하고 호의호식하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다.이를 보면 마치 우리나라는 「여성의 별천지」같다.
우리나라에선 아무리 여성들이 대학에서 열심히 공부해 고급 인력으로 양성돼 사회에 진출하려 해도 적절한 직장의 기회가 주어지지 않으니 좌절감만 가지게 된다.일단 사회에 진출한 후에도 고급 인력으로의 승진 기회는 바늘구멍보다 좁다.한 예로 어느 시중은행의 지점장급 인사가 3백50여명이 넘는데 지점장은 전원이 남성이고,단 한명의 여성만이 부장급으로 임명돼 있는 것이 우리의 현실이다.일반적으로 우리나라 은행에서는 관리직의 5%미만이 여성인데 미국 최대의 은행인 뱅 크 오브 아메리카에서는 전체 관리직의 60%이상을 여성이 차지하고 있다.
결국 우리의 고급 여성인력은 기업에 진출도 안되고 관리직으로승진도 안되니 가사노동이외에는 소비에만 치중하게 된다.가정에서의 소비 측면도 우리는 특이해 세계에서 우리나라 남성들만이 월급봉투 그대로 아내에게 전달한다.국민소득이 낮고 월급이 적을 때는 남편 고생 생각하며 아껴 쓰는 것이 모든 주부의 마음이었다. 그러나 1인당 국민소득 1만달러가 되면 각 가정의 연 수입이 몇 천만원이 넘게끔 풍성해진다.그때부터는 주부들의 소비 규모도 쉽게 커지고 씀씀이도 확대된다.
한 달 내내 매일 출근해 월급받는 것이 얼마나 힘든 일인지 스스로 경험하지 못한 여성들로서는 소비할 권리를 가진 주체로 늘어난 수입만큼 쉽게 쓰게되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다.평일 대낮에 백화점을 누비며 식당가를 점령한 여성은 바로 이러한 우리경제의 문제에서 파생된 현상으로 누구를 탓할 수도 없다.
고급 여성인력을 이와 같이 경제활동에서 제외시킨 것은 국가자원활용의 측면에서 절반만을 사용하는 것이므로 우리의 성장잠재력을 충분히 활용하지 못한 것이다.우리의 선진국 대열 참가에 큰장애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다.
첫째로 선진경제란 결국 고급 인력의 두뇌싸움에 의해 누가 남이 못 만드는 투자가치 높은 제품이나 서비스를 생산하는 가의 경쟁이다.이 경우 여성인력의 참가를 제외하는 것은 시작부터 능력의 절반만 가지고 불리한 경쟁을 하겠다는 것이나 진배없다.
둘째는 다른 선진국에는 남성도 벌고 여성도 취직해 한 가정의수입을 이루는데,우리만 유독히 남성들만의 수입으로 가정의 수입을 이룬다면 우리 남성들의 월급수준은 선진국에 비해 2배가까운수준에 이르러야 한다.
흔히들 우리경제는 특별한 부존자원도 없이 훌륭한 인적 자원만가지고 오늘의 경제성장을 성취했다고 평가한다.이제 선진국의 경제로 진입하기 위하여는 지금까지 소외되었던 풍부한 고급 여성인력을 최대한 활용해야 할 과제가 주어진다.
선진국에선 여성의 사회진출 장벽을 제거하기 위해 직장에서 여성과 소수민족을 일정 수준이상 되도록 유도하고,이를 준수하지 않는 기업은 정부사업이나 구매에서 제외하는 강제적 조치까지 취해 여성진출을 촉진하고 있다.
여성에게도 남성 못지 않은 명석한 분석력과 정확한 판단능력이신에 의해 주어졌다는 것을 생각하면,이제 우리 경제의 현안중 하나는「여성별천지」를 깨고 고급 여성인력을 경제의 생산요소로 유입하는 정부.사회.기업.여성 자신의 노력이 필 요하다.
〈서울大교수.경영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