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루지야 停戰감시단 소속 장교6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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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한국군장교들이 그루지야內 압하스공화국에서 「인권전사」로 활동하고 있다.
그루지야와 압하스민족의 증오가 격렬히 부딪히는 지역에서 6명의 장교들은 유엔 그루지야정전감시단(UNOMIG)의 깃발아래 인권보호를 위해 밤을 낮처럼 뛰고 있다.
압하스지역에서는 수도 수후미에 임영봉(육사38기).문영호(文瑛浩.육사40기)소령이,피춘두본부에는 유기열(3사15기)소령.
유무봉(柳茂俸.육사42기)대위가,갈리에는 이희철(李熙哲.해사34기)소령이 배치돼 있고 그루지야에는 죽디디에 崔 명석(육사39기)소령이 있다.
이들은 93년8월24일 채택된 안보리결의 858호에 따라 94년 10월 현지에 도착,32개국 1백36명의 장교들과 함께 3개월마다 근무지를 교대하며 정전감시를 하고 있다.
이들은 소말리아와 서부사하라에 부대단위로 파견됐던 한국군 PKO부대와 달리 유엔명령체계에 완전편입돼 있어 함께 생활을 하지 못하는 것은 물론 취재에 응하려 해도 사령관의 허락 없이는안되는등 철저히 유엔통제아래 행동하고 있다.
이들의 임무는 그루지야와 압하스를 가로지르는 잉구리강 동서12㎞까지의 비무장지역과 그 이후 12㎞ 경무장지역에서의 협정위반행위를 감시하는 것.그러나 이들의 임무는 자연스럽게 인권보호로 바뀌어 있다.
박해를 받는 민족이 유엔주변으로 몰리기 때문이다.
가장 인권활동이 강한 곳이 양측 접경지역인 갈리와 인근지역.
압하스에서 그루지야인들이 가장 많이 살고 있는 지역이어서 압하스 민병대의 약탈과 살육행위가 심한 곳이기 때문이다.
비무장지대라고는 하지만 압하스민병대는 이를 아랑곳 하지 않는다. 때문에 현지 그루지야 주민들에겐 유엔 깃발은 구세주와 같다. 그루지야 청년 4명이 살해된 현장을 돌아보고 오다 갈리주둔 유엔본부에서 기자를 만난 李소령은 『유엔의 깃발이 있는 곳에는 약탈과 살육행위가 덜하지만 그외의 지역은 참혹하다』고 말한다. 수후미주둔 정전감시단은 카프카스산맥에 자리잡은 「고도리」지역감시가 주임무다.
이곳은 그루지야인의 일파인 스완족이 사는데 압하스측의 공격을두려워한 이들의 요청으로 보호차원에서 지속적인 정찰을 하고 있다. 그루지야 죽디디에서 崔소령은 압하스를 떠나 그루지야에서 피난민생활을 하는 25만명에 가까운 난민관리의 임무를 맡고 있다. 이들을 포함한 감시단 장교들은 2중의 어려움에 처해있다.
이들에 대한 테러가 심함에도 난민보호 활동을 할때 안전과 생명을 보호하기 위한 무장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때문에 감시단 장교들이 무장강도에 금품을 빼앗기거나 지뢰를밟아 목숨을 잃을 뻔 한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지난 4월28일 영국군장교와 프랑스 여군장교가 갈리지역 순찰도중 무장강도에 의해 1천여달러상당의 금품을 빼앗겼고 같은날 수후미지역에서는 무장집단에 의해 유엔요원이 2시간 30분동안 억류됐다가 석방되기도 했다.
지난 3월에는 영국군장교 2명이 지프로 평소의 순찰로를 따라정찰임무를 하던도중 매복된 지뢰가 폭발,차가 50m를 굴렀으나다행히 생명은 건졌고 다른 지역을 지프로 순찰하던 文소령도 지뢰를 코앞에서 발견하고 아슬아슬하게 피하기도 했 다.
독립국가연합 평화유지군(PKF)인 러시아군에 대한 저격으로 운전병이 즉사한 일도 있었다.
더 답답한 일은 무장을 못해 압하스민병대의 만행을 적극저지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文소령은 『지난 3월 압하스민병대가 갈리소탕작전을 벌이면서 갖은 만행을 다해도 눈을 뜬채 지켜보는 수밖에 없었다.이후 주민들에게 유엔이 뭘하느냐고 규탄을 받기도 했다』고 말했다.
때문에 이들은 모두 오는 26일 벨로루시 수도 민스크에서 개최될 예정인 독립국가연합 정상회담에서 그루지야의 요구가 받아들여져 정전감시단에게 경찰기능이 추가돼 인권보호에 적극 나설 수있기를 고대하고 있다.
[수후미=安成奎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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