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경제 라인, 당분간 강만수 장관이 정책 주도할 듯

중앙선데이

입력

지면보기

52호 18면

MB노믹스를 추진할 경제팀은 야누스의 얼굴을 가진 것으로 평가된다. 1970∼80년대 수출지상주의를 연상케 하는 주장을 연일 펼치고 있는 강만수 기획재정부 장관, 최중경 1차관을 중심으로 하는 그룹과 김중수 청와대 경제수석, 전광우 금융위원장을 정점으로 한 글로벌 시장론자들이 공존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들은 규제완화와 성장을 중시한다는 공통점을 갖고 있지만 정부의 역할과 글로벌 경제에 대한 인식에선 큰 차이를 보인다.

현재로선 이명박 대통령과의 거리가 가까운 강 장관 그룹이 힘을 발휘하고 있는 모습이다. 강 장관은 취임 직후부터 “환율은 국가 주권의 문제”라며 적극적인 시장 개입 의지를 피력했다. 통화정책 당사자인 한국은행에 노골적인 ‘협조’를 요구하기도 했다. 최 차관은 2003년 재정경제부 국제금융국장 당시 수출 부양을 위해 외환시장에 14조원을 쏟아부어 1조8000억원의 국고 손실을 초래한 장본인으로 당시 야당인 한나라당의 집중 포화를 맞았다. 반대편에 있는 글로벌 시장론자들의 목소리는 아직 들리지 않는다. 김 수석과 전 위원장은 평소 “철저한 대외 개방을 통해 경쟁과 효율을 높여야 한다”는 지론을 펴왔다. 이들의 논리대로라면, 환율 개입은 국내외 자본 사이에 인위적인 장벽을 쳐 효율적인 경쟁을 가로막는 행위다. 외국자본엔 공장 짓는 시간과 허가 절차보다 환율 등 금융정책의 예측 가능성이 훨씬 더 중요한 잣대다. 그런데도 이들이 잠잠한 것은 학자 출신이라는 점과 정부 내 입지가 아직 확고하지 않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김 수석과 전 위원장 모두 대선 공신이 아니라 전문성을 인정받아 기용된 테크노크라트다. 당분간 경제정책에서 기획재정부의 독주가 예상되는 이유다.

청와대 경제수석실과 기획재정부·금융위원회의 인적 구성도 이 같은 예측을 뒷받침한다. 경제수석실은 김동연 전 기획예산처 재정정책기획관과 김준경 전 KDI 상임연구위원, 김동선 전 외교부 주중 참사관 등으로 짜여 있다. 모두 6명 중 관료와 민간 출신이 각각 3명이다. 김 수석을 포함해 상대적으로 행정경험이 부족하다는 지적을 받는다. 관료 출신 역시 각 부처에 남아 있는 차관ㆍ차관보급에 비해 무게감이 떨어진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갈수록 중요성이 커지고 있는 국제금융 분야를 기획재정부가, 국내 금융은 금융위원회가 각각 나눠 맡는 것도 주목할 점이다. 선진국들은 국내와 국제 분야를 통합해 관리·감독하는 게 대세다. 문제는 이 같은 시스템이 불러올 혼선이다. 현재대로라면 산업은행은 금융위원회, 수출입은행은 기획재정부의 감독 대상이다. 하지만 산업은행은 업무 중 40%를 차지하는 해외 분야에선 기획재정부의 감독을 받아야 한다. 국내와 국외를 구분하기 힘들어진 금융 현실에서 기업들이 피곤해질 가능성이 크다. 해외펀드 하나를 내놓으려 해도 금융감독원·금융위원회· 기획재정부를 줄줄이 거쳐야 할 공산이 커졌다.

산업정책은 강도 높은 규제완화에 초점이 맞춰질 전망이다. 경제팀 내에 별다른 이론이 드러나지 않는다. 이윤호 지식경제부 장관과 정종환 국토해양부 장관이 앞에서 뛰고 백용호 공정거래위원장이 뒷받침하는 모양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