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항모 키티호크호 홍콩 입항 재도전한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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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미국의 항공모함 키티호크호(사진)가 다음달 중국 정부에 홍콩 입항허가를 공식 요청할 계획이라고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가 7일 보도했다. 지난해 11월에는 홍콩 입항을 거부당해 양국이 군사적 갈등을 겪기도 했다.

홍콩 주재 미 총영사관은 곧 미 국방부의 키티호크 함대 정박 신청서를 중국 외교부 주홍콩 대표부에 전달할 계획이다. 신청서는 입항을 앞두고 최소 30일 전에 제출해야 한다.

키티호크호와 6척의 호위·지원함으로 구성된 함대는 다음달 중순 이전에 홍콩에 입항할 것으로 알려졌다. 홍콩주재 미국 영사관의 한 관계자는 이에 대해 “보안 문제로 입항날짜는 입항 하루 전에 밝힌다”고 말했다.

미국의 한 외교소식통은 “이번은 일종의 테스트다. 국방부 측은 이번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을 것으로 보고 있으나, 그래도 이번 요청이 어떻게 다뤄질지 주시하고 있다”고 전했다. 입항 시기는 22일 예정된 대만 총통선거가 이미 끝난 뒤여서 별문제가 되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또 최근 양국 국방 고위급회담에서 군사 핫라인 개설 등 군사협력이 강화되는 시점이어서 중국 측이 거부하지 않을 것으로 홍콩 주재 미 외교관계자는 내다봤다.

키티호크호는 지난해 11월 추수감사절을 앞두고 홍콩에 입항하려 했으나 중국이 거부했다. 이에 따라 양국은 2001년 미 정찰기와 중국 전투기의 충돌 사건 이후 가장 심각한 군사적 갈등을 겪었다. 당시 중국은 하루 만에 인도적 차원에서 입항을 승인했으나 키티호크호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고 일본으로 귀항했다. 특히 대만해협을 통과하는 과정에서 중국 측 잠수함 및 구축함이 미행해 서로 한동안 대치하기도 했다. 취항한 지 48년 된 키티호크호는 미 해군이 운용 중인 항공모함 가운데 유일하게 재래식 연료로 가동된다. 1998년부터 도쿄 남부의 요코스카항에 배치돼 왔으며 이번 홍콩 입항 임무를 마지막으로 올여름 퇴역한다. 한편 인도 언론은 “키티호크호가 퇴역 후 중국의 군사력 강화를 견제하기 위한 방편으로 인도 해군에 양도될 것”이라고 보도했으나, 로버트 게이츠 미 국방장관은 이를 부인했다.

홍콩=최형규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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