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8수사 쟁점과 전망-진압군 지휘.발포 규명 초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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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5.18」고소.고발 사건 수사 마무리를 앞두고 당시 신군부측 인사들에게 내란죄가 적용될지 여부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검찰은 이 사건 수사결과를 4대 지방선거이후인 7월께 발표할계획이다.
공소시효 만료등 시비에도 불구하고 검찰이 이처럼 수사 결과 발표를 서두르지 않는 것은 법률적 판단 못지 않게 수사 결과가몰고올 정치적 파장등을 최소화하려는 계산이 깔려 있는 것으로 보인다. ◇수사=김상근(金祥根).장기욱(張基旭).이신범(李信範).정동년(鄭東年)씨등 고소인 대표 4명과 두 전직 대통령을 제외한 56명의 피고소.고발인등 관련자들에 대한 조사는 사실상마무리된 상태다.
전두환(全斗煥).노태우(盧泰愚)두 전직 대통령에 대해선 지난달 29일 5백60여 항목에 이르는 서면질의서를 전달했으며 최규하(崔圭夏)前대통령은 참고인 자격으로 방문조사를 벌일 계획이다. 검찰은 지금까지 이희성(李熺性)당시 계엄사령관등 신군부측참고인과 광주현지에 투입된 장병등 모두 1백70여명에 대한 조사를 벌였고 수사기록만도 3만여쪽에 이른다.당시 언론 보도내용은 물론 88년 광주 청문회 속기록과 계엄군의 발포 경위.작전상보등 각종 서류에 대한 검토작업도 이미 끝냈다.
◇쟁점=80년 봄부터 全씨가 대통령에 취임한 9월사이 신군부가 주도한 일련의 행위가 집권의지를 갖고 이뤄진 내란인지 여부가 법률적 평가의 핵심이다.따라서 당시 진압군의 지휘명령체계.
발포명령및 총탄관리체계를 밝히는데 수사의 초점이 모아져 있다.
검찰은 당시 지휘명령계통이 형식상 육본-2군-전교사-31사단-공수여단이었지만 실제론 보안사-광주지역 보안부대-공수여단이었다는 일부 증언을 확보해 놓고 있다.
또 현지에서 발포된 총탄의 출처 역시 당초 알려진 것과는 달리 공수부대가 직접 관리하며 대대별로 지급한 것으로 드러나 진압작전이 공격적이고 전투적이었음을 뒷받침해 준다.이와 함께 첫발포가 군작전일지에 나타난 5월21일 오후3시보 다 훨씬 이전에 이뤄졌다는 진술도 확보돼 진압군의「자위권 발동 차원의 발포」라는 피고소인측 해명이 설득력을 잃고 있다.
신군부측이 崔 前대통령에게 압력을 가해 계엄을 확대한뒤 국보위를 설치하고 결국 하야까지 유도했다는 주장은 양측의 입장이 뚜렷이 엇갈려 검찰이 어느쪽 주장을 받아들이든 논란이 계속될 전망이다.
검찰은 최근 미국인 피터슨 목사가 무장헬기에서 시위대에 사격하는 총격불빛을 봤다는 증언과 관련,문제의 불빛이 헬기의 헤드라이트라고 결론지었다.
◇전망=검찰은『몇몇 사안들이 내란죄 구성요건에 해당되는 것은사실이지만 일련의 행동을 일괄해 내란죄를 적용하는데는 문제가 없지 않다』며 정치행위 이론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학계에서 널리 인정되고 있는 이 이론은 국가존립 여부는 형 법규범(내란죄등)의 기능이 아니고 정치권력 기능에 해당돼 성공한 내란(쿠데타)은 실정법으로 처벌치 않는다는 것이다.검찰이 이 이론을 원용할 경우 80년 신군부의 각종 행위는 쿠데타로 규정되고 관련자들에 대한 내란혐의도「공소권 없음」 등 결정이 내려질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검찰 일부에서는 내란죄가 성립한다는 의견을 보이고 있어 최종 법률적 판단 과정에서도 적잖은 진통이 예상된다.
〈金佑錫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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