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건우 사로잡은 지휘자 유로프스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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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피아니스트 백건우(61)씨는 지난해 12월 베토벤 소나타 전곡(32곡) 연주라는 ‘큰 산맥’을 넘은 후 잠시 휴식 기간을 가졌다. 하지만 공연장은 떠나지 않았다. 그가 청중으로서 만난 후 신선한 충격을 받았던 지휘자가 블라디미르 유로프스키(36·사진)다.

런던의 로열 페스티벌 홀에서 유로프스키가 런던 필하모닉을 이끈 연주였다. 백씨는 이 지휘자에 대해 “젊고 신선하며 섬세하다. 무궁무진한 가능성이 보였다”고 평했다. 이때 그가 들은 곡이 프로코피예프의 피아노 협주곡 2번. 백씨는 이 연주를 기억하며 “서울에서 똑같은 곡으로 유로프스키와 협연하고 싶다”는 의사를 전했다. 그리고 이 작품으로 12일(세종문화회관), 13일(예술의전당) 유로프스키와 함께 내한해 연주한다.

유로프스키는 지휘계의 샛별이다. 독일 베를린에서 오페라 지휘로 시작해 드레스덴, 이탈리아 볼로냐 등에서 경력을 쌓은 그는 2003년 런던 필하모닉의 상임 지휘자로 발탁되면서 화제가 됐다. 전임 지휘자 쿠르트 마주어(81)의 자리를 30대 초반의 지휘자가 넘겨받아 세대교체를 선언했기 때문이다.

런던 필하모닉은 러시아 모스크바 태생의 지휘자를 내세워 2008~2009 시즌을 러시아 작곡가의 음악으로 꾸몄다. 프로코피예프는 유로프스키가 특히 두각을 나타내는 레퍼토리다. 대장정을 마친 노 거장이 신진 지휘자의 장기(長技)를 고려해 곡을 정한 셈이다. 협연을 마친 백씨는 군포 프라임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와 함께 쇼팽 협주곡 1번을 연주(15일 고양 아람누리, 16일 군포 문화예술회관)한 후 파리로 돌아간다.

김호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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