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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칼럼>박찬호! 大器 믿고최선을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38면

「박찬호(朴贊浩),눈물의 마이너행」이라는 감상적인 제목의 기사가 실린 것은 지난달 25일자 조간이었다.그동안 팬들은 이번에야말로 박찬호가 美프로야구 메이저리그에 복귀하는 대망의 기린아가 될 것으로 확신하고 있었다.그것은 국내의 모 든 매체가 여러 근거자료와 현지 인터뷰를 통해 가능성을 시사했고 당사자인박찬호도 최선을 다하겠다고 투지를 보여주었기 때문이다.결과론이지만 우리는 메이저리그의 실상을 너무 가볍게 보아온 것이 아닌가 하는 아쉬움이,그리고 너무 희망적 인 쪽으로만 관심이 몰리는 적폐가 상승작용을 해 이같은 낭패를 당한 것이 아닌지 모르겠다. 朴은 비롯 메이저리그에 복귀하지는 못했지만 지난해 몸담았던 더블A보다 한단계높은 트리플A(퍼시픽 코스트리그)팀인 앨버커키에서 메이저리그진출을 위한 재도전의 장을 펼치게 된다.
朴은 91년 롱비치에서의 한.미.일 고교야구및 93년 미국 버펄로 여름유니버시아드에 한국대표로 참가했었고 1백57㎞의 강속구를 뿌리는 유망주로서,가능성과 잠재력으로는 주목을 끌만했다는 것이 국내 야구전문가들의 평이었다.
그런 그가 어느날 느닷없이 메이저리그 진출소식과 함께 거인의모습으로 우리 앞에 다가섰다.그것은 졸지에 이뤄진 것이어서 회의를 불러오기도 했고 몸보다 옷이 너무 크다는 우려의 소리도 있었다. 스카우트들은 신중해서 긴 안목으로 선수를 발굴한다.직전력보다 잠재력에 더 비중을 둔다는 얘기다.늘 2인자로 앙앙하던 준마 박찬호를 건진 백락(伯樂)은 한국인이 아닌 야구의 본고장 미국의 스카우트들이었다.
LA 다저스 테리 레이널스 스카우트부장은『朴은 다듬어지지 않은 야생마며 위험부담이 너무 크다.볼스피드는 좋지만 컨트롤과 변화구에 미숙하다』고 지적한 것으로 보도됐다.사람들은 흔히 박찬호와 일본프로야구 긴테쓰 버펄로스의 에이스 노모 히데오를 같은 저울대 위에 놓으려 하고 있다.노모는 90년 버펄로스에 입단,1백50㎞의 스피드에 포크볼을 주무기로 4년 연속 퍼시픽리그 탈삼진.다승왕으로 군림한 일급투수다.노모는 그 실적과 관록으로 보아 일본을 대표하는 투수며 메 이저리그의 현주소를 파악하고 미국프로야구를 철저히 연구분석,권토중래하려는 야심으로 메이저리그에 뛰어든 이른바 사무라이의 무자수행(武者修行)의 길을걷고 있는 것으로 이해해야 한다.나는 박찬호의 오늘이 매우 중요한 전환점이라고 생각한 다.용이 되느냐,이무기로 그치느냐는 입지와 선택이 좌우한다.지름길보다 돌아가는 것이 성공의 확실한길이라고 선현들은 말했다.맹자(孟子)의 고자편(告子篇)에 이런말이 있다.「하늘은 장차 어떤 사람에게 대임을 맡기기 위해 먼저 그 사 람의 마음을 괴롭히고 육체를 수고롭게 하며 생활을 궁 하게 하여 많은 시련을 겪게 함으로써 분발하는 정신을 불러일으키고 인내하는 힘을 기르게 한다.그렇게 함으로써 어떤 고난도 이겨낼 수 있으며 어떤 어려운 일도 과감하게 수행할 수 있도록 만든다」.
오늘을 사는 모든 사람들이 이 말을 폐부에 간직한다면 그 사회는 청동의 반석위에 올라앉게 될 것이다.박찬호는 원래 96년을 메이저리그 진출의 해로 잡고 있었다고 한다.앞으로 1년,대기(大器)로서의 자질과 자존을 위해서라도 최선을 다해줄 것을 기대한다.
〈언론인.KOC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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