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택의펜화기행] 가난한 여인의 기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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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사님의 올바른 의지는 오래 가지 못하고 꺾였습니다. 헌금이 줄어 교회 운영을 못할 지경이 된 것이지요. 주보에 발표를 안 하면 하나님이 모르실까요?

인도 마가다국 왕사성에 부처님이 방문하는 날 아자타사투왕은 죽림정사에 1만 개의 화려한 연꽃등을 달았습니다. 이를 본 가난한 여인 ‘난다’는 구걸한 돈으로 절 귀퉁이에 작은 등불을 밝히고 기도를 하였습니다.

“조그만 등불을 공양하오니 너그러이 받아 주십시오. 이 작은 불빛이 중생의 어두운 마음을 밝게 해 주고, 가난한 이들에게 용기와 복덕을 내려 주소서. 저에게도 훗날 깨달음의 길로 나아갈 수 있도록 자비를 베풀어 주소서.”

그날 밤 세찬 비바람이 휘몰아치자 왕이 켜 놓은 등은 모두 꺼졌으나 오직 난다의 등만이 환하게 빛나고 있었습니다.

부처님은 “저 등불은 가난하지만 착한 여인이 정성으로 밝힌 등불이라 결코 꺼지지 않을 것이다. 이 공덕으로 난다는 다음 세상에 부처가 될 것이다. 공양물이나 이웃에게 보시하는 게 비싼 것이라고 많은 공덕을 받는 게 아니라 정성과 깨끗한 마음에 의해 공덕을 받는 것이다”고 하셨습니다.

종이에 먹펜, 37 X 26 cm

절 마당에 석등을 두어 부처님 세계를 밝힙니다. 통도사 개산조당 앞에 잘생긴 석등이 있습니다. 일반적인 석등의 화사석(불을 켜는 곳)이 통 돌을 파낸 모양인데 통도사 석등은 기둥 네 개를 세우고 지붕돌을 올려 화창이 큼직합니다.

특이한 것은 지붕돌 위에 작은 몸돌을 놓고 지붕돌과 보주를 얹어 2층 석등이 된 것입니다. 개성 넘치는 석등을 만든 석공이 보고 싶습니다.

김영택 화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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