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민주당 ‘집안싸움’ 언제 끝나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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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퍼 화요일’(2월 5일) 이후 이어진 민주당 대선 주자 버락 오바마 상원의원의 연승 행진에 급제동이 걸렸다. 4일(현지시간) 치러진 4개 주 경선에서 힐러리 클린턴 상원의원이 텍사스·오하이오·로드아일랜드 등 3개 주에서 승리를 거머쥐었기 때문이다. 확보 대의원 수에선 여전히 오바마에게 뒤지고 있지만, 힐러리는 일단 당 안팎에서 거세게 일던 중도 사퇴론을 잠재울 수 있게 됐다. 이로써 민주당 경선은 8월 말 전당대회까지 후보를 확정하지 못한 채 혼전을 거듭할 전망이다.

◇올인 전략으로 기사회생=그간 11연패의 굴욕을 삭이며 대의원 수가 많이 걸린 텍사스와 오하이오주의 표심 잡기에 전념했던 힐러리의 전략이 딱 들어맞았다. 당초 텍사스엔 히스패닉(스페인어를 쓰는 중남미계), 오하이오엔 백인 저소득층이 많아 힐러리에게 크게 유리할 것으로 예상됐었다. 그러나 전국적으로 승기를 잡은 오바마의 막판 추격이 거세지며 힐러리의 승리를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 돼 버렸다. 더욱이 오바마는 막힘 없는 돈줄을 무기로 이들 2개 주에 힐러리의 두 배가량 선거자금을 쏟아 부었다.

버락 오바마 의원이 4일 텍사스주 샌안토니오에서 집회를 열고 “승리를 향한 여정은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샌안토니오 AFP=연합뉴스]

힐러리는 경제(오하이오)와 안보(텍사스)를 이슈화해 맞섰다. 2000년 이후 20만 개의 일자리(농업 분야 제외)가 사라진 오하이오에선 새벽부터 크라이슬러 공장 등에서 노동자들에게 도넛을 나눠 주며 경제 활성화 대책을 홍보했다. 이라크전 전사자 숫자(366명)가 미국 주 가운데 둘째로 많은 텍사스에선 “힐러리는 너무 바빠 국가 안보를 소홀히 하는 일이 절대 없을 것”이란 내용의 TV 광고를 내보냈다. 미 상원에서 아프가니스탄 사태 관련 소위원회를 맡고 있는 오바마가 유세를 다니느라 청문회를 열지 못했던 걸 꼬집은 것이다. 그 결과 2개 주 유권자들은 힐러리를 ‘대통령이 될 자격을 더 많이 갖춘 후보’로 꼽았고(출구조사), 한 달 만에 금쪽같은 승리를 안겨 줬다.

◇힘 받는 중재론=힐러리와 오바마는 향후 경선에 더욱 악착같이 임할 것이다. 벌써 188명의 대의원(수퍼 대의원 포함)이 걸린 펜실베이니아 프라이머리(4월 22일)에 다음 번 승부수를 던질 채비를 하고 있다. 이에 따라 일찌감치 존 매케인 상원의원으로 후보가 확정된 공화당과 달리 민주당은 자중지란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문제는 마지막 경선(6월 7일 푸에르토리코 코커스)이 끝날 때까지 두 사람 모두 대선 후보 확정에 필요한 대의원 수(2025명)를 확보하기 힘들다는 점이다. 이 경우 전당대회에서 수퍼 대의원들의 결정에 따라 승부를 갈라야 하는데, 이에 따른 부작용이 너무 크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앞서 당내 후보 선출에 진통을 겪었던 1968년과 72년, 80년 대선에서 민주당 주자가 어김없이 패배했던 전례 때문이다.

그래서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 앨 고어 전 부통령 등 당 중진들이 전당대회 전에 중재에 나서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자칫 내부 싸움에 진을 빼 모처럼 찾아온 정권교체의 호기를 놓칠까 하는 위기감 탓이다. 하워드 딘 민주당 전국위원장은 4일 CNN과의 인터뷰에서 “전당대회 이전에 후보가 정해져야 당이 다시 단합하고 매케인에게 맞설 준비를 할 수 있을 것”이라며 중재 가능성을 시사했다.

신예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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