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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가왜이러나>中.새 패러다임을 모색한다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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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5면

주식을 사는 이유는 꿈 때문이다.기업실적에 비해 주가가 인색하게 평가됐다는 92년의 꿈이 저PER주 혁명으로 나타났고,기업경쟁력이 곧 주가라는 해몽이 93년의 블루칩 약진으로 표출됐다.경기이륙기인 지난해에는 성장재료주가 주식시장을 풍미하기도 했다. 꿈의 변화는 역시 경제환경이 결정한다.또 꿈은 주식시장전체를 관류할 수 있는 공감대를 얻어야만 비로소 주가로 이어진다.흩어진 꿈으로는 주가를 만들지 못한다.
올 들어 주식시장은 줄곧 「꿈 만들기」를 시도했으나 이렇다 할 만한 패러다임을 만들지 못하고 있다.과거의 경험도 상당한 혼선을 주고 있다.
강세장과 약세장을 예상하는 고전적인 잣대는 총량중심의 시중유동성이나 경기순환론 같은 것이었다.적어도 지난해 11월 종합주가지수가 1천1백38.75포인트까지 오르고 나서 경기상승후반기에 풍부해질 유동성을 예상해 내수주나 금융주가 한 때 각광받은것도 그런 과거경험이 작용했다고 볼 수 있다.그러나 예상했던 유동성 확보도 내수경기 호황에 대한 자신이 서지 않게 되자 주식시장은 당황하기 시작했다.약세장이 계속되자 그나마 움직일 수있는 공간은 더욱 좁혀졌다.한 증권 사 관계자는 『유수한 기관들의 펀드 가운데서도 80% 가량이 손실을 내고 있어 움직일 수 있는 주식물량은 20%밖에 안된다』고 유동성이 고갈되다시피한 시장내부사정을 전했다.
경기문제에 관한 한 정부당국의 대응은 뒤죽박죽이다.정부당국은총량지표를 강조한 나머지 경기진정을 시도했다가 기업부도 문제,임박한 선거 등으로 다시 뒷걸음질을 치고 있다.경기양극화는 뜨거운 감자가 돼 버린 셈이다.주식시장이 침체의 늪을 헤매고 있는 것도 경기양극화에 대한 패러다임을 찾지 못했기 때문으로 볼수 있다.
그러나 실물경제 종사자들은 비교적 정돈된 생각들을 갖고 있다.수출호황을 누리는 분야는 반도체.자동차.철강.석유화학.조선 등으로 한정돼 있고 최대 설비투자처도 바로 이 분야다.이에 대해 한 경제연구소 관계자는 『수출호황 업종의 공통 점은 국제경쟁력을 갖춘 점』이라며 『아무 물건이나 실어내기에 바빴던 80년대 후반의 설비투자와는 맥이 다르다』고 진단했다.
이 때문에 경기의 질이 달라졌고 호황이라면서도 경상수지 적자가 계속돼,여기서 경기가 내리막길을 걷는다면 내수경기는 그야말로 햇살 한번 쪼이지 못하고 말 것이라는 다소 극단적인 전망까지 나오고 있다.호황경기의 성격이 달라지고 있는 것이 주식시장의 적응을 더디게 하고 있다.그 과정에서 따르는 진통이 주가로나타나고 있다고도 볼 수 있다.
許政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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