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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PLO땅 몰수 中東긴장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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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67년 중동전쟁 당시의 점령지를 지렛대로「땅과 평화를 맞바꾼다」는 원칙아래 진행돼온 중동평화협상이 중대고비를 맞고 있다.
지난주 이스라엘이 유대인 정착촌 3만동을 건설하기 위해 東예루살렘내 팔레스타인人 소유 토지 51㏊를 몰수한데 이어 10일에는 1백20㏊의 토지를 추가로 몰수하겠다는 방침을 밝힌 것이다. 야세르 아라파트 팔레스타인해방기구(PLO)의장은 이에 대해『토지수용은 바로 전쟁을 의미하는 것』이라고 이스라엘에 경고했다.아랍연맹도 긴급회의를 소집,유엔 안보리가 즉각 개입하라고 요구했다.
이스라엘은 팔레스타인人 죄수석방과 가자지구에 사는 팔레스타인人의 이스라엘 국내 취업 확대라는 당근으로 아라파트의장의 분노를 잠재우려 하고 있지만 성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
이스라엘은 평화협상에 임하면서도 점령지 가운데 東예루살렘만은팔레스타인에 내줄 생각이 전혀 없었다.반면 아라파트는 東예루살렘을 앞으로 팔레스타인 독립국가의 수도로 삼겠다는 뜻을 분명히했다. 요르단의 후세인王도 자신의 정통성을 위해 이스라엘과 평화협정에서 東예루살렘의 이슬람사원에 대한 관할권은 자신에게 속한다는 조항을 달았다.
이번 東예루살렘 토지수용령은 그렇잖아도 복잡한 중동상황을 더욱 불투명하게 만들었다.
이스라엘의 이츠하크 라빈총리로서는 차기 총선을 의식해 이번 조치를 발동한 것이기 때문에 물러서기가 마땅치 않다.이스라엘에서는 그동안 중동평화 협상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아랍인들의 이스라엘에 대한 테러가 늘고 있다는 비난 여론이 비등 했다.
즉각적인 강경대응에 나선 아라파트의장도 무력에서 열세에 놓인이상 유엔을 통한 압력밖에는 뾰족한 해결방법이 없다.그러나 아라파트의장은 東예루살렘 문제에서 주도권을 잡지못할 경우 하마스등 팔레스타인 강경파의 반발을 염두에 두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다. 이번 사태를 해결할 수 있는 유일한 중재자로 꼽히는 미국의 입장도 어정쩡하다.미국은 이스라엘의 이번 조치가 중동평화를 위협하는 조치라고 비난하면서도 막상 아랍연맹이 유엔 안보리소집을 요구하자 反이스라엘 결의안이 채택되는데는 반대 한다는 입장이다.
이번 이스라엘의 東예루살렘 아랍인 토지수용령은 그동안 동상이몽(同床異夢)속에서 어렵게 진행돼온 중동평화협상을 뿌리에서부터뒤흔들뿐만 아니라 자칫하면 중동평화구도 전체를 흔들어 놓을 위험성까지도 포함하고 있다.
〈李哲浩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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