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팔 헬기 추락으로 실종된 박형진 중령 부인 ‘간절한 기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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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락 사고를 당한 박형진 중령의 유엔 PKO 임무 중 모습. [연합뉴스]

유엔 네팔임무단(UNMIN)에서 평화유지활동(PKO)을 하던 중 헬기 추락사고를 당한 박형진(50·육사 38) 중령은 동기들 사이에서 용기 있고 우직한 장교로 평판이 나 있다.

특전사 출신인 박 중령은 영어를 잘해 평화유지활동에 스스로 지원했다. 지난해 3월 네팔에 파견됐다. 그는 원래 1년 만인 이달 18일 귀국할 예정이었다.

항공편까지 예약해 놓았다가 네팔 정국이 불안해져 귀국을 4개월 미룬 상태였다. 박 중령은 귀국이 늦어지자 최근 자녀들에게 “아빠는 3월 혹은 4월 10일 이후에나 휴가가 가능할 것 같다. 항상 자신에게 부끄럽지 않은 삶을 살아라”는 e-메일을 보냈다.

박 중령의 부인 신난수(48)씨는 4일 “남편은 책임감이 강하고 나라를 굉장히 사랑했던 사람이다. 공수부대 출신인 남편이 어디 점프라도 해서 살아 있을 거라고 믿고 싶다”며 울먹였다. 아들 박은성(25)씨도 “그 나이에 힘든데 또 가시느냐고 하니까 ‘잘 갔다 올게’하며 웃으셨는데…”라며 말을 잇지 못했다.

합동참모본부는 사고 헬기에 탄 12명이 모두 숨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합참은 추락하면서 불에 탄 시신의 신원 확인이 어려워 DNA 감식반을 파견키로 했다. 이에 따라 합참은 김근태 작전본부장을 반장으로 하는 사고대책반을 편성했다. 또 사고조사단(단장 이영만 공군 소장) 5명을 현지에 파견했다. 조사단엔 박 중령의 동생 진영(47)씨와 아들 은성씨도 동행했다.

합참은 사고 헬기가 3일 네팔 신둘리에서 카트만두로 이동하던 중 기상 악화로 같은 날 오후 4시20분쯤(현지시간) 카트만두 동남쪽 약 78km 지점인 라메찹 지역에 추락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UNMIN은 이날 오전 6시쯤 수습반 23명을 사고 현장에 보내 현지 군경 40여 명과 함께 수습 작업을 벌이고 있다. 사고 헬기에 탑승하고 있던 다른 요원들의 국가인 인도네시아·스웨덴·감비아 측도 선임 장교를 현장에 파견키로 했다.

박 중령이 사망한 것으로 확인되면 PKO 요원으로 파견된 장병으론 일곱 번째 희생자가 된다. PKO 일환으로 파병된 한국 군은 1995년 그루지야에서 1명, 2003년 동티모르에서 5명 등 모두 6명이 사고로 목숨을 잃었다. 현재 한국군은 8개국에서 385명이 PKO 활동을 벌이고 있다.

이상희 국방부 장관과 김관진 합참의장은 “모든 역량을 다해 상황을 파악하고 사고 수습에 만전을 다할 것”을 지시했다. 이명박 대통령은 이날 이홍기 국방비서관에게 사고 보고를 받고 “참으로 안타깝다”고 말했다.

박 중령은 지난해 3월 12일 UNMIN에 옵서버 자격으로 파견돼 선거관리 임무를 맡고 있었다. 그는 파견 전에 일선 대대장과 연합사를 거쳐 미국 교육사령부 교환 교관과 그루지야 정전감시단 감시요원 임무를 수행했다. 지난해 12월에는 유엔 메달을 수상했다.

김민석 군사전문기자, 선승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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