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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 공천 심사 막바지 … 뚜껑 열린‘영남 화약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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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영남은 한나라당의 근거지다. 2000년과 2004년 총선에서 한나라당은 영남 지역구를 사실상 싹쓸이했다. 지금도 지역구 68곳 중 62곳의 현역 의원은 한나라당 소속이다.

영남권에서는 그러나 “야당 시절 인물 충원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는 불만도 있다. 2000년 당시 김윤환·이기택·신상우씨 등 영남권 중진들이 공천에서 탈락해 당이 쪼개지는 일이 한 번 생긴 뒤로는 물갈이를 시도할 엄두를 못 냈기 때문이다. 일종의 화약고로 여겨졌다. 그래서 2004년 총선에선 중진들이 스스로 불출마를 선언하고 물러나는 형식으로 ‘새사람’을 배치했다.

한나라당 공천심사위원회(위원장 안강민)가 4일 드디어 영남권 심사를 시작했다. 대구·경북부터 손을 댔다. 그러나 지금까지와 달리 심사를 하고도 공천 내정자를 발표하지 못했다. 공심위 간사인 정종복 사무부총장은 “영남 지역에 대해선 6일 또는 7일쯤 한꺼번에 발표하겠다”고 말했다. 워낙 민감한 사안이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러다 보니 당 안팎에선 물갈이 폭과 친이-친박 성향 후보들의 운명을 놓고 다양한 분석과 예측이 난무하고 있다.

①세대 교체=당내 최고령(73세)인 이상득 국회부의장의 공천은 확정됐다. 하지만 영남권의 나머지 고령 의원들은 불안에 떨고 있다. 공심위가 수도권과 충청권 등 이전 심사지역에서 고령 후보들에게 비호의적이었기 때문이다. 영남권에서 70대 이상은 경남의 산청-함양-거창에서 뛰는 이강두(71·4선) 의원과 경남 남해-하동의 박희태(70·5선) 전 국회부의장, 대구 달서갑의 박종근(70·3선) 의원 등이다. 고령 의원들은 “이상득 부의장도 있는데 나이와 선수(選數)로 자르는 건 부당하다”고 반발하지만 당 안팎에선 “제법 교체될 것”이란 전망도 있다.

②친박 vs 친이=지난해 후보 경선 때 영남은 친박 성향이 강했다. 지역 여론도 그랬다. 대선 과정과 대선 후엔 이명박 대통령과 가까운 세력이 성장했다. 현재 양 진영은 곳곳에서 생존 경쟁을 벌이고 있다. 대구 북을에선 친이 성향의 안택수 의원이 친박 성향인 서상기 의원(비례대표)의 도전을 받고 있다. 대구 동을에선 친박 성향 유승민 의원에게 친이 성향의 서훈 전 의원이 맞섰다. 역시 친박 성향인 정희수 의원이 경북 영천에서 친이 성향의 김경원 전 대구국세청장과 경합 중이다. 당 관계자는 “양 진영 간 사전 조정이 있지 않으면 엄청난 공천 후폭풍이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현역 의원이 한 명도 없는 대구 중-남에 대해선 전략 공천설이 나온다.

◇공심위, 보류 인사 공천 재확정=이날 공심위는 최고위원회가 재심 요청을 한 4명의 후보에 대한 공천을 재확정했다. ㅁ서울 은평갑 김영일 전 강릉MBC 사장 ▶서울 강북을 안홍렬 당협위원장 ▶충남 서산-태안 김병묵 전 경희대 총장 ▶경기 안성 김학용 전 경기도의원 등이다. 공심위 관계자는 “본인 소명 등 사실 확인 절차를 거쳤다”고 설명했다. 이들 일부 인사에 대해 도덕성 문제를 제기했던 인명진 당 윤리위원장은 “공식 발표 때까지 기다려보겠다”고 밝혀 당내 논란 여지가 남아 있다.

고정애·이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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