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동문학작가가 대본 쓴 이색무용극 "베개속의 도깨비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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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8면

자녀들과 함께 현대무용이 만들어지는 과정을 익히고 무용극도 감상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마련됐다.
정귀인(42.부산대)교수가 이끄는 부산현대무용단은 18,19일 서울문예회관 대극장에서 무용극 『베개속의 도깨비들』을 공연한다. 『…도깨비들』은 아동작가 정채봉씨가 무용대본으로 쓴 동화다.지난해 7월 완성된 이 작품을 정교수가 무용으로 다듬기 시작,10개월만에 무대에 오르게 된 것이다.무용을 뒷받침하는 음악은 이건용(한국예술종합학교)교수가 만들었다.
이들은 『…도깨비들』을 공연하기에 앞서 관객들과 대화시간을 갖기로 했다.아이부터 어른까지 「무용은 어떻게 만들어지는가」하는 궁금증을 직접 대화와 시연을 통해 풀어주겠다는 것이다.무용대중화 작업중 하나이기도 하다.
『현대무용하면 어렵게만 생각하는데 어른은 물론 아이들까지 친근감이 들도록 만들었어요.아이들은 미래의 무용관객들이기 때문에무용 대중화를 위해 결코 소홀히 할 수 없지요.』 정교수는 친밀감을 한층 높이기 위해 우리나라 전통 몸짓에 바탕을 두고 의상도 고유의상을 사용했다고 한다.키.갈퀴.베개등 친근한 소품들도 등장한다.그는 뉴욕 컬럼비아大에서 서구 현대무용을 공부했음에도 꾸준히 토속적인 분위기를 연출하 는 현대무용가로 꼽힌다.
대본을 쓴 정채봉씨는 『처음 써보는 무용대본이지만 아직 빗금하나 없는 순진무구한 어린이들의 가슴에 별이 돼 박힌다는 심정으로 글을 썼다』며 『어린시절 누구나 겪었을 이야기가 춤으로 나타날 것』이라고 밝혔다.
1시간 공연의 음악을 작곡한 李교수는 『아이적에 부르던 노래들을 가지고 만들었다.아이같은 마음으로 예술할 수 있다면 하는생각이었는데 마침 기회가 주어져 작업은 즐거웠다』고 했다.
8일 오후5시 부산대 예술대학 무용연습실에서 만난 20명의 출연 무용단원들은 한결같이 『어린이를 위한 무용극은 처음이라 감정표현이 어렵지만 뜻깊은 작업』이라는 반응이었다.
키가 작은 덕분에 주인공 「나리」역을 맡게 됐다는 진윤정(25)씨는 『어린이들에게는 잊혀져 가는 전통놀이를 보여주고 어른들에게는 어린 시절의 향수를 느끼게 하는 무대』라고 말했다.
『…도깨비들』은 모두 4막으로 구성됐다.1막에서는 한가로운 집 앞마당의 풍경,천진스러운 어린이와 고무줄 놀이,가족들의 즐거운 대화를 춤으로 보여준다.2막은 무서운 밤 요괴들의 춤,꽃친구들과 속삭임.3막은 베갯속의 동물 요정들과 어린이의 만남.
4막은 동트는 새벽풍경과 어린이의 회상으로 막을 내린다.
이 작품에서는 공연중 스크린을 통해 애니메이션도 보여준다.무용에 대한 이해와 친밀감을 높이기 위한 장치로 홍순관(부산현대무용단 미술담당)씨가 만들었다.문예진흥원은 이번 공연을 위해 창작활성화 자금 2천5백만원을 지원했다.한편 이번 공연은 24일 부산문화회관 대강당에서도 열린다.18일 오후7시30분,19일 오후4시.7시30분,24일 오후4시.7시30분.051(510)1740.
李順男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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