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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 만에 고객 2000곳 … ‘케이웨더’ 김동식 대표 날씨 팔아 연 120억!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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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3면

‘눈길 조심하세요!’. 4일 오전 6시30분 경기도 분당에 사는 이호재(39)씨는 휴대전화로 이런 메시지를 받았다. ‘기압골의 영향을 받아 오후에 눈(강수 확률 80%)이 내려요’라는 내용이었다. 차를 타고 출근하려던 이씨는 마음을 바꿔 지하철로 향했다. 그는 2일 새벽에도 골프를 치러 집을 나서려다 ‘황사 조심’이란 모바일 기상특보를 접하곤 마스크를 챙겼다. 이동통신회사들이 날씨 정보 업체에 돈을 주고 산 정보를 고객들에게 제공하는 것이다.

날씨가 기업이나 개인에게 꼭 필요한 정보가 되면서 기상 정보 시장이 쑥쑥 커가고 있다. 그 덕에 날씨 정보를 팔아 한 해 120억원의 매출을 올리는 회사도 등장했다.

김동식(37·사진) 케이웨더 대표가 그 주인공이다. 케이웨더는 1997년 국내 1호 기상정보 회사로 출범했다. 7000만원에 불과했던 그해 매출이 11년 만에 수백 배로 불어나 지난해 업계 최초로 100억원을 돌파했다. 날씨가 ‘돈 버는 장사’가 되면서 현재 10여 개 업체가 경쟁하고 있다.

김 대표는 회사 설립 초기 주변에서 ‘이상한 사람’으로 취급받았다. “방송과 신문에서 날씨를 다 알려주는데 누가 따로 돈을 주고 사겠느냐”며 면박까지 주는 사람도 있었다. 그런 기상정보 시장이 지금은 200억원 이상으로 불어났다. 선진국과 비교하면 아직도 왜소하지만 해마다 성장률은 200%를 보이고 있다. 그는 “3월은 황사의 계절로 공기가 탁하겠지만 기상 정보시장은 ‘쾌청’”이라고 말했다. 케이웨더의 올해 매출 목표는 290억원이다.

김 대표는 “선진국에서 기상정보는 ‘날씨 경제학’으로 불릴 만큼 모든 산업의 기본이 됐다”고 말했다. 미국 상무부에 따르면 미국 국내총생산(GDP)의 42%(2004년, 약 4200조원)가 날씨에 직간접으로 영향을 받는다고 한다. 일본 아사히은행도 일본 GDP의 51%(약 2100조원)가 기상 영향을 받는다는 조사 결과를 낸 적이 있다.

서울 구로디지털단지에 있는 케이웨더에도 기업은 물론 일반인들의 문의 전화가 갈수록 몰린다. 경기도 화성의 상록골프클럽과 용인의 아시아나골프장도 최근 케이웨더에서 날씨 정보를 사겠다는 계약을 했다.

김 대표는 날씨 정보의 핵심 키워드는 ‘고객 맞춤형’이라고 말했다. 고객의 입맛에 맞게 가공돼야 돈이 된다는 것이다. 그는 “봉이 김선달이 대동강 물로 장사를 할 수 있었던 것도 그 물을 제때 배달해 주는 등 소비자 수요에 부합했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소비자 입맛에 딱 맞는 날씨 정보는 값도 좋다. 전담 예보관이 실시간 고객 맞춤형으로 서비스하는 날씨 정보의 이용료는 연간 1000만원 이상이다. 또 골프장이 좋지 않은 날씨에 따라 예약 취소율을 자동으로 분석해 인력 및 시설을 관리하는 솔루션 ‘날씨위험관리(WIS)’는 장비 값만 2000만원이다.

현재 케이웨더의 고객은 2000곳을 넘는다. 날씨에 특히 민감한 의류·레저·유통·음료 회사가 대부분이다. 김 대표는 “이들 업계가 날씨를 무시하고 전략을 짜면 수요나 재고 관리를 못해 낭패를 본다”고 말했다.

지난해 ‘대한민국 기상정보대상’에서 금상을 받은 보광 훼미리마트가 대표적인 성공 사례란다. 이 회사는 전국 3000여 점포에 오늘과 내일의 기상예보를 4시간 단위로 알려 날씨에 따른 인기 예상 품목을 사전에 발주하고, 진열 상품을 바꾸며, 재고를 관리하고 있다. 그는 “비 오는 날에는 도시락과 김밥·아이스크림·음료 등의 재고를 줄여 폐기물량을 최소화한다”고 소개했다.

김윤미·이원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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