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칼럼>축구장서 현장중계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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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8면

지난 며칠은「축구의 주말」이었다고 해도 지나친 말이 아닐듯하다. 하이트배 코리안리그의 개막,올림픽팀과 브라질 보타포고의 평가전이 팬들의 관심을 불러일으켰고 신문도 TV도 온통 축구얘기 뿐이었다.
경기장마다 만석을 이룬것은 아니었지만 그런대로 관중도 몰려들었다.국내리그의 붐조성이 월드컵유치로 이어진다는 호소가 먹혀들어갔고 그런대로 성공적인 출발을 한 셈이랄까.
이제는 초반의 이런 관심과 호응을 시즌내내 유지하는 숙제가 축구관계자들에게 남았다.팬들은 충분히「성의」를 보였다.그리고 그 성의는 다분히 월드컵을 의식한 것이었다.
그러나 그 성의에만 기대서 한시즌을 끌고 갈수 있을까.아니다.어떤 의무감에서 경기장을 찾는 일에는 한계가 있을수 밖에 없다.경기가 재미있고 축구장에서의 시간이 즐거워야만 팬들은 지속적으로 경기장을 찾을 것이다.
직접 경기를 주관하는 실무자들에게 한가지 제안을 하고싶다.경기장에서 현장 중계방송을 하자는 것이다.지금처럼 선수명단이나 불러주는 안내방송수준이 아니라 스탠드에 앉은 관중들에게 경기의흐름을 설명해 주고 미묘한 상황이 발생했을 때는 전문적인 해설을 해줌으로써 이해를 돕고 경기장 분위기를「띄울」수있는 방송을하자는 것이다.
미국 NBA농구나 메이저리그의 경기를 본 사람들은 구장마다 현장 아나운서들이 떠들썩하게 분위기를 이끄는 소리를 들었을 것이다. 전광판시설이 워낙 잘돼 있는 외국과 달리 우리의 경우는경기장에 직접 나간 팬들은 경기의 세부적인 사항을 잘모르게 되어있다.TV로 보는 팬들이 오히려 더 잘알게 되어 있는 것이다.이 무슨 아이러니인가.
구단별로 한명씩 채용을 하든가 프로연맹 자체에서 몇사람을 기용하는 방식으로 장내아나운서를 두었으면 한다.축구인들 중에서 언변이 있는 사람들을 뽑으면 될 것이다.
이름만 대면 알만한 스타플레이어 출신들이 장내해설을 맡는다면그것만으로도 팬들에게는 즐거운 일이다.이런것이 바로 팬서비스가아니겠는가.
한 예를 들자.지난 토요일 일화-유공의 개막전 도중 선수들이내찬 볼이 VIP석으로 날아들었다.순간 정몽준(鄭夢準)축구협회장이 벌떡 일어나 그 볼을 정확하게 잡아서 경기장 안으로 던져주었다.정말 재미있는 한장면이었지만 경기장에 있 던 팬들은 대부분 그가 누구인지 몰랐으리라.이럴때 장내아나운서가『방금 볼을잡은 사람이 바로 정몽준회장입니다.정말 축구협회장답습니다만 기왕이면 킥을 하는게 좋을뻔 했죠?』하는 식으로 재치있는 멘트를했더라면 아마도 관중들은 모두 박 장대소했을 것이고 경기장 분위기는 더욱 달아 오르지 않았을까.
이런 일들에서부터 시작해 이제는 관중들의 즐거움을 최대한 배려하는 축구를 해야만한다.축구는,특히 프로축구는 결코「행사」가아니다.「쇼」가 돼야하고 「놀이마당」이 돼야한다.
한가지만 사족을 달자.개막전때 본부석에 앉은 VIP들은 한두사람을 빼곤 모두 짙은 색깔의 정장을 하고있었다.그것은 「행사」에 나온 사람의 복장이다.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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