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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vieBlog] 선배 감독들이 만든 상 미장센 단편영화제 후배 감독이 ‘추격자’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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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요즘 충무로 최고 화제작은 단연 ‘추격자’입니다. 한국예술종합학교 전문사(석사) 과정에 재학 중인 나홍진(사진) 감독의 강렬한 데뷔작이지요. 평단의 상찬이 이어졌지요. 개봉 2주 만에 관객 200만 명을 넘겼습니다. “진정한 추격자는 선배 감독을 단숨에 추격 중인 나홍진”이라는 말도 있더군요.

나 감독과 함께 주목받는 것이 있습니다. 올해 7회째인 미장센 단편영화제입니다. 이현승·박찬욱·봉준호·류승완·김지운·최동훈·김대승·정윤철 등 내로라하는 젊은 감독들로 구성된 ‘한국 감독 네트워크’가 심사해 시상하는 단편영화상이죠. 보통 영화제들이 예술영화를 지향하는 것과 달리 장르영화에 무게를 싣습니다. ‘장르의 새로운 상상력’이라는 구호대로 장르영화의 새 어법과 재능 발굴을 위해 기성 감독들이 마련한 장입니다.

나 감독은 ‘완벽한 도미요리’로 2005년 최우수상(공포판타지 부문)을 받았습니다. 전에도 액션 스릴러 부문 본선에 진출한 적이 있다고 하네요. ‘용서받지 못한 자’로 주목을 받은 윤종빈 감독은 2004년 ‘남성의 증명’(코미디부문)으로 최우수상을 받았죠. 당시 중앙대 재학 중이던 윤 감독은 상금과 영화진흥위원회 제작지원금 등을 모아 2000만원짜리 졸업작품 ‘용서받지 못한 자’를 만듭니다. 지난해 ‘극락도 살인사건’으로 청룡영화제 신인감독상을 받은 김한민 감독도 2003년 ‘갈치괴담’으로 심사위원특별상을 받았네요. 2004년 ‘잘돼가 무엇이든’으로 사회드라마 부문 최우수상을 받은 이경미 감독은 올 6월 ‘홍당무’로 데뷔 예정입니다. 당시 이 감독을 눈여겨봤던 박찬욱 감독이 제작자로 나서 더욱 화제입니다.

이현승 집행위원장은 “이제야 미장센 출신들이 데뷔하고 주목 받으며 성과를 내고 있다”며 기뻐하더군요. 사실 미장센영화제는 ‘영화제 강국’이라 불릴 정도로 영화제가 많은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큽니다. 3억원 내외의 작은 예산에 행사 전후 3~4개월 정도 사무국을 꾸리는 초미니 살림을 합니다. 이영애· 김혜수·조인성 등 스타 배우들이 명예심사위원으로 참여하지만 요란한 레드카펫이나 스포트라이트는 없습니다. 많은 영화제가 ‘세계’를 내세우고, 호화 게스트를 부르고, 규모로 승부하려는 가운데, 작지만 차별화에 성공한 영화제라 할 만합니다.

이현승 집행위원장은 “규모를 좀 더 키우자는 얘기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초심을 잃지 않으려 한다”며 “선배가 후배를 발굴하고 멘토링해 주는 기본 성격을 유지할 것”이라고 말합니다. 사실 감독들이 만드는 영화제란 세계적으로도 유례가 드물지요. 미장센영화제가 한국 영화의 다양성을 위한 저수지 역할을 하면서, 충무로의 아름다운 풍경으로 오래 남길 바랍니다. (주)아모레퍼시픽 미장센이 단독 후원하는 영화제는 오는 6월 용산CGV에서 열린다네요.

양성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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