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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백과>노인 건강문제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2면

70세가 넘은 할머니 한 분이 병원에 입원해 치료받은 후 상당히 호전됐는데도 퇴원하기를 완강히 거부한 일이 있었다.『집에가면 하루 세끼 밥을 찾아 먹을 수도 없다』는 것이 그 이유였다.물론 돈이 없어서가 아니었다.하루 세끼를 준 비해 줄 사람도 없고 거동이 불편해 스스로 찾아 먹을 수도 없기 때문이었다. 60년에만 해도 55.3세에 지나지 않던 우리나라 사람의 평균수명이 이제는 70여세로 크게 연장됐다.
이에 따라 65세이상의 노년인구도 점차 늘어 이미 전체인구의5%를 넘었고,2000년에는 6.8%가 될 것으로 추정될 정도다.노인들을 대상으로 「노후생활을 하는데 가장 큰 곤란이나 문제되는 것이 무엇인가」라는 설문에 67.2%가 「건강이 나쁜 것」이라고 응답했다고 한다.우리나라 60세이상 노년 단독 가구가 전체 가구의 5.2%를 차지하는데 이들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거의 반수가 고혈압.당뇨병.심장질환.관절염.천식.백내장 중 한가지 이상의 질병으로 3개월이 상 치료중이며,또 5명중 4명은 이들 질환으로 일상생활에 불편을 느끼고 있다고 했다.
노인 단독가구만 문제되는 것이 아니다.여성의 경제활동 참여도가 높아져 전체 생산여성인구의 40%이상이 취업해 전통적인 가족의 노인부양 기능이 크게 약화된 현실을 생각하면 가족들과 함께 살고 있는 노인도 어려움이 적지 않을 것이다.
이뿐 아니다.노인은 여러가지 신체적 질병뿐 아니라 기억력 감퇴,지적기능의 저하,노인성 우울증 등 정신질환,심리적 부적응 현상 등으로 건강한 생활을 위협받고 있다.건강문제로 외롭게 고생하는 노인이 앞으로 점점 더 많아질 것이다.
물론 이러한 현상은 산업화 과정에서 모든 나라들이 경험하고 있는 것이기는 하다.앞으로는 우리나라에서도 노인전문의료기관,장기요양시설등이 확충되고 방문진료서비스가 제공돼 노인들이 편안히노후생활을 영위할 수 있도록 해야겠지만 그때까지 는 아무래도 가족들이나 자원봉사자들의 따뜻한 보살핌에 의지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많은 노인들이 어버이날에 카네이션 한송이를 달아주는 이상의 정성과 애정이 담긴 따뜻한 도움의 손길을 절실히 필요로 하고 있다.
〈서울대의대교수.내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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