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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제작기행>"리엔지니어링 혁명"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1면

미국기업들이 생산성저하를 겪던 지난 80년대초부터 경영분야에서서히 일던 신경영기법을 체계화한 『리엔지니어링 기업혁신』(93년刊)이란 책 하나로 전세계에 리엔지니어링 붐을 일으킨 마이클 해머.그가 이번에는 각 기업들의 리엔지니어링 현실을 점검하고 잘못된 부분을 지적한 『리엔지니어링 혁명』(Reengineering Revolution.Harper Business刊)이라는 일종의 지침서를 펴내 또다시 주목받고 있다.
MIT교수출신인 해머와 그의 동료인 스티븐 스탠턴은 이 책에서 리엔지니어링 이론이 실제 경영계에 어떤 영향을 미치고 있는지를 점검하고 올바른 방향을 수정 제시하고 있다.
어느 기업체든 리엔지니어링 프로그램만 발표되면 그것은 다운사이징(규모축소)이나 집단해고의 완곡한 표현에 지나지 않는다는 루머가 도는 것이 현실이다.기업체가 파산직전이라느니,작업부담이크게 늘어날 것이라느니하는 이런 악성루머는 또 출처가 분명치 않다는 것이 특징이다.
노동조합 간부들은 사업주와의 투쟁에서 얻어낸 각종 혜택을 잃을 것이란 우려와 인원감축에 위협을 느낀 나머지 파업을 유도하려고 노력한다.심하면 고위 관리직중에서도 권력분산과 결정권의 하부이양에 불안을 느끼고 자발적으로 퇴직해 경쟁기 업을 세우는경우도 허다하다.
리엔지니어링이란 잘만하면 기업에 보약이 되지만 위의 예에서 보듯 현실적으로는 그에 대한 이해가 충분치 못하다는 것이 저자의 지적이다.실제로 리엔지니어링이란 단어를 감원이나 공장폐쇄의암호쯤으로 이해하는 사람들도 많은 것이다.리엔지 니어링 프로그램을 채택하는 사용자측에서 아무리 감원이 아니라고 주장해봐야 근로자측에서는 일의 공정을 줄이면서 직원을 그대로 둔다는 이율배반적인 일이 어떻게 가능한가라는 의문을 떨치지 못한다.
이 의문에 대해 저자는 『리엔지니어링은 필연적으로 고용과 근로자의 삭감을 부르지는 않는다.단지 비생산적인 공정을 타파하는것으로도 충분한 효과를 누릴 수 있다.아무리 훌륭한 조직이라도비효율적인 구석은 있게 마련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어떤 형태로든 리엔지니어링을 경험했던 사람들은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한결같이 「고통 그 자체였다」고 털어놓는다.그렇다면 리엔지니어링이란 것은 왜 그렇게 어렵고 고통스러운 것일까.이에 대해 저자는 리엔지니어링을 시도하는 많은 경영자들 이 종업원들에게 미칠 충격을 충분히 고려하지 못한데 있다고 주장한다.
근로자 2만여명,자산규모가 2백50억달러인 리버티 뮤추얼 보험회사를 보자.보스턴에 본부를 둔 이 회사는 중소규모 기업들을대상으로 한 보험판매에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리엔지니어링 프로그램을 도입하기 전에는 잠재고객과의 최초 접촉에 서 계약까지 평균 62일이 소요되었다.기간이 그렇게 긴 원인을 분석해보니 15~20회에 달하는 부서간 조정문제 때문이었다.세일즈.승인등각 부서가 독립된 컴퓨터망을 도입하고 있어 각 부서간 일을 할때마다 새롭게 입력해야 하는 비합리 적인 체계도 문제였다.그 결과 업무 지체는 둘째로 치더라도 에러가 많이 발생했다.
이 회사가 리엔지니어링에 돌입한 것은 1992년 9월.그후 21개월만인 1994년 중반에는 이 회사는 불필요한 공정을 타파,고객 접촉에서 계약까지 소요 일수를 반으로 줄이는데 성공했다.그 비결은 세일즈.승인.손실예방 전문가들이 종 합적으로 활동하도록 팀을 조직,세일즈 기획에서부터 지원.승인.증권발행까지모두 책임지도록 하는데 있었다.이 회사의 리엔지니어링 효과를 돈으로 환산하면 한해에 5천만달러나 된다.
기업활동의 모든 과정이 새롭게 바뀌어야 하는 리엔지니어링에서는 그 조직에 몸담고 있는 사람들도 사고와 행동스타일이 바뀌어야 하는데 새로운 조직에서의 적(敵)은 보스의 눈에 들고자 노력하거나 반복적인 업무만 선호하는 근로자들이다.
근로자들에 대한 평가방법도 새롭게 채택할 필요가 있다.구태의연한 방법으로 평가하는 것은 옛날과 똑같은 방법으로 똑같은 작업을 하면서도 월등히 나은 결과를 기대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鄭命鎭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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