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왜 고위급회담 평양개최 고집하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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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북한이 北-美고위급 회담개최 장소로 평양을 고집하고 있다.
강석주(姜錫柱)북한 외교부 제1부부장은 5일(미국시간)회담파트너가 될 로버트 갈루치 美핵대사에게 보낸 서한에서 또다시 평양개최를 주장했다.
姜이 서한에서 무슨 구실을 내세워 평양을 얘기했는지에 대해서는 정확히 알려지지 않고 있다.
그러나 그 꿍꿍이 속을 짐작하기란 그다지 어렵지 않다.
北-美 고위급회담이 평양에서 열리게 되면 북한으로선 그만큼 좋은 선전재료는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우선 평양개최 그 자체는 북한당국이 북한주민에게 北-美관계 진전을 상징적으로 보여줄수 있는 카드로 쓰일 것이다.
지난해 10월의 제네바합의를 김정일(金正日)의 큰 외교업적으로 선전해온 북한당국으로서는 합의 당사자인 갈루치 대사를 평양으로 끌어들이면 그것만으로도 체제공고화를 위해 좋은 선전효과를거둘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를 가질만 하다.
정부의 한 고위당국자도 6일『북한이 평양개최를 주장하는 것은北-美관계의 수준을 한단계 높이려는 의도에서 비롯된 것으로 풀이된다』고 말했다.북한의 속셈은 이뿐아니다.평양 개최를 또다른차원에서 활용할 것이기 때문이다.
즉 제네바가 아닌 평양에서 회담이 열리면 북한은 거리낌없이 제네바합의 이행과 무관한 문제를 끄집어내 선전하는데 열을 올릴것으로 예상된다.
北-美 고위급회담을 평화협정체결 문제등 제네바합의 틀밖의 것까지 논의하는「정치협상」으로 변질시키는데 있어서 북한에 평양만큼 좋은 장소는 없다는 얘기다.
게다가 평양개최는 한국을 완전히 따돌렸다는 점을 과시하는 소재가 될뿐아니라 韓美공조체제에 타격을 가하는 재료로 쓰일수 있다. 결국 북한의 평양개최 고집은 최근 중립국감독위원회 북측 사무실 폐쇄등 북한의 정전협정 와해기도및 평화협정 체결공세등과같은 맥락에서 이해해야 한다.
우리 정부도 바로 이런 점을 잘 알기 때문에 북한의 요구를 단호히 배격한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또 北-美 고위급회담은 대북(對北)경수로 제공문제등 제네바합의와 직접 관련된 문제를 논의해야 한다고 미리부터 쐐기를 박고있다. 정부는 北-美회담 장소문제는 그다지 오랜시간을 끌지 않고 해결될 것으로 보고있다.
평양개최는 韓美양국이 결코 받아줄수 없는 무리한 요구라는 점을 북한 스스로가 잘 알고 있고 경수로 수용과 그뒤에 따를 미국과의 관계개선등 혜택을 외면할수는 없을 것이므로 장소 때문에회담이 못열리게 되는 것은 북한도 원치않을 것이 라는 분석때문이다. 〈李相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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